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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서재2026.07.0415분 읽기조회 21

다섯 학파가 똑같이 놓친 한 가지 (2)

케인즈도 통화주의도 양은 봤지만 흐름은 못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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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DMC Lab 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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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물리경제학 시대선언』(윤종원·윤소리·윤준) 제6장 (2) 뒷부분입니다. 저자의 물리경제학 가설을 담은 학술적 서술이며, 본문·수치·인용은 원고 그대로입니다.

공급경제학: 배출 경로를 보지 않았다

공급경제학은 1980년대 미국 레이건 대통령 시기에 전성기를 맞은 학파입니다. 세금을 낮추고 규제를 완화하면 기업이 더 많이 생산하고 투자하게 되어 한국과 미국 경제가 성장한다는 것이 핵심 주장입니다. 미국의 경제학자 래퍼가 정식화한 곡선은 세율이 일정 수준을 넘으면 오히려 세수가 줄어든다는 사실을 통해 세율을 낮추면 세수가 늘어날 수 있다는 논리적 근거를 제공했습니다.

이 처방에는 논리적 정합성이 있지만, 한쪽 경로만 본다는 구조적 한계가 있습니다. 공급 경로, 곧 동맥을 통해 영양과 자원이 공급되는 모습만 보고, 배출 경로, 곧 정맥을 통해 노폐물이 빠져나가고 순환이 완결되는 모습은 보지 않은 결과였습니다.

인체에서 동맥과 정맥은 하나의 순환 시스템을 이룹니다. 동맥을 통해 산소와 영양이 공급되고, 정맥을 통해 이산화탄소와 노폐물이 배출됩니다. 두 경로가 모두 원활하게 작동해야 순환이 유지됩니다. 동맥만 확장하고 정맥이 막혀 있다면 어떻게 될까요. 영양은 공급되지만 노폐물이 배출되지 못해 조직에 독소가 쌓이고, 결국 요독증이 발생합니다.

공급경제학은 감세와 규제 완화로 공급 경로를 넓히는 데는 성공했지만, 소비와 세금 환류와 지역 순환 같은 배출 경로가 막혀 있는 사실을 놓쳤습니다. 기업에 감세 혜택을 주었지만, 혜택이 자사주 매입이나 주주 배당으로 흘러가고 임금 인상이나 고용 확대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동맥은 넓어졌지만 정맥은 여전히 막혀 있는 것입니다. 미국의 경제학자 몬테치노와 엡스타인이 2017년에 발표한 분석은 양적 완화가 소득 불평등을 확대했다는 사실을 데이터로 보였습니다. 동맥은 확장되었지만 정맥은 좁아졌다는 증거입니다.

자영업자의 가게에서도 같은 일이 반복되었습니다. 한국에서 발표된 다수의 감세와 규제 완화는 대기업과 수출 기업에 집중되었고, 골목 자영업자의 매출에는 거의 영향을 주지 않았습니다. 동맥에 해당하는 대기업 자금 통로는 확장되었지만, 미세혈관에 해당하는 골목 가게의 통로는 점점 더 좁아졌습니다. 공급 측 처방이 경제 시스템 전체를 살린다는 논리는 거시 통계 위에서는 작동했지만, 자영업자의 가게 통장에서는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공급경제학은 공급의 양은 늘렸지만, 자금이 배출 경로로 빠져나가 다시 순환에 합류하는 속도는 보지 않았습니다. 흐름은 양과 속도의 곱이고, 한쪽 통로의 속도가 0이 되면 전체 흐름도 0이 됩니다.

다섯 학파의 공통 맹점: 양은 보았으나 흐름은 보지 못했다

한 명제로 압축됩니다. 국가 경제는 총량이 아니라 흐름이고, 붕괴는 흐름의 동시 차단입니다. 다섯 학파가 본 양은 모두 흐름의 한 단면이었을 뿐, 흐름이 동시에 두 군데서 막힐 수 있다는 사실은 다섯 학파 누구도 본격적으로 다루지 않았습니다.

다섯 학파를 나란히 놓고 보면 모습이 보입니다. 케인즈학파는 수요의 양을, 통화주의는 통화의 양을, 현대화폐이론은 부채의 양을, 오스트리아학파는 청산의 양을, 공급경제학은 공급의 양을 보았습니다. 다섯 학파의 처방은 서로 다르고 때로는 정반대였지만, 양을 측정하고 양을 조절하려 했다는 점에서는 모두 같았습니다. 그리고 모두 같은 것을 놓쳤습니다. 양이 어디를 통해 흐르는지, 어디에서 막히는지, 어디에 침착되는지를 묻지 않은 결과였습니다.

다섯 학파의 공통 맹점: 모든 학파가 양만 보고 흐름을 놓쳤다

학파핵심 처방본 것놓친 것환자 비유
케인즈재정 지출 확대수요의 양경로의 막힘영양제 양만 늘림, 소화관 무시
통화주의통화량 통제통화의 양유통속도와 혈관 상태혈액량만 봄, 혈류와 혈관 무시
MMT재정 적자 허용부채의 양부채(대출이자)의 침착 위치칼슘 총량만 봄, 석회 위치 무시
오스트리아시장 청산 방치청산의 필요성급성 출혈 관리자연 치유만 신뢰, 지혈 거부
공급경제학감세·규제 완화공급의 양배출 경로의 막힘동맥만 확장, 정맥 무시
공통 맹점·흐름총량만 재고 순환을 무시

이 표가 전하는 사실은 단순하지만 결정적입니다. 경제학이 발전시켜 온 이론들은 각각 국가 경제의 중요한 측면을 포착했지만, 하나같이 공통된 맹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경제 시스템을 흐름의 시스템으로 보지 않은 결과였습니다. 수요가 얼마인지, 통화량이 얼마인지, 부채가 얼마인지, 공급이 얼마인지를 측정하는 데는 뛰어났지만, 그것들이 어디를 통해 흘러가고, 어디에서 막히며, 어디에 침착되는지는 분석하지 못했습니다.

같은 사실을 다른 각도에서 보면 더 분명해집니다. 흐름이 막히는 곳을 병목이라고 부릅니다. 다섯 학파에 어디서 막혔는가, 왜 막혔는가, 얼마나 좁아졌는가 세 질문을 던져 보면, 누구도 답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한눈에 드러납니다.

다섯 학파에 던지는 세 가지 병목 질문: 누구도 답하지 않았다

학파어디서 막혔는가왜 막혔는가얼마나 좁아졌는가
케인즈정부에서 골목까지의 도달 경로대기업·하청 단계에서 희석측정 안 함
통화주의은행에서 가게까지의 대출 경로신용도 비대칭으로 자금 우회측정 안 함
MMT가계 통장 대출이자 빠지는 경로고정 대출이자 vs 변동 매출측정 안 함
오스트리아청산이 진행되는 시간 경로급성기 vs 만성기 구분 부재측정 안 함
공급경제학기업에서 임금·소비로 가는 경로자사주 매입·배당으로 우회측정 안 함
공통병목 위치 진단 부재병목 원인 분석 부재병목 정도 측정 부재

세 질문에 답이 없는 학파에 위기 진단을 맡겨 온 결과가 250년 답보입니다. 병목이 어디 있는지를 모르면 통로를 넓힐 수 없고, 통로를 넓히지 못하면 흐름은 회복되지 않습니다. 자영업자의 가게에 닿지 않은 다섯 학파의 처방이 모두 세 질문에 답하지 못한 처방이었습니다.

결정적인 맹점이 하나 더 있습니다. 다섯 학파 모두 단일 임계치만 사용했다는 사실입니다. 케인즈학파는 수요 부족이라는 단일 신호를, 통화주의는 통화량이라는 단일 신호를, 다른 학파들도 각자의 단일 신호를 위기 진단의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그런데 본 저자가 한국과 미국의 690개월 데이터로 검증한 결과는 분명합니다. 단일 신호만 켜진 단일봉쇄 2건에서는 한국과 미국 경제가 모두 살아 남았습니다. 두 신호가 동시에 켜진 이중봉쇄 4건에서만 시스템이 무너졌습니다. 다섯 학파의 단일 임계치 진단의 한계가 690개월 데이터로 드러난 셈입니다.

인체를 진단하는 의학은 교훈을 이미 받아들였습니다. 과거에는 혈액 속 물질의 양만 측정했습니다. 혈당이 얼마인지, 콜레스테롤이 얼마인지, 칼슘이 얼마인지를 재고 양이 정상 범위에 있으면 건강하다고 판정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의학은 양만이 아니라 물질이 어디에 있는지, 어디로 흐르는지, 어디에 침착되는지를 함께 봅니다. 같은 양의 칼슘이 뼈에 있으면 건강이고 혈관 벽에 있으면 질병입니다. 같은 양의 콜레스테롤이 혈관 안쪽을 흐르면 정상이고 혈관 벽에 침착되면 동맥경화입니다. 경제학은 아직 전환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앞에서 살펴본 경제 거장 6인의 계보가 다섯 학파에 어떻게 위치하는지를 보면 사실이 더 또렷해집니다. 케네는 1758년에 흐름을 처음 본 사람이었지만 흐름이 어떻게 막히는지는 답하지 않았고, 케인즈는 수요의 양만 보았으며, 프리드먼은 통화량의 양만 보았고, 민스키는 부채가 안정 시기에 누적된다는 사실은 보았지만 어디에 침착되는지는 보지 않았으며, 라인하트와 로고프는 위기 패턴은 정리했지만 단계로 정식화하지 않았고, 브런너마이어는 곱셈 구조는 정식화했지만 분야 보편성으로 확장하지 않았습니다. 다섯 학파는 거장 6인의 부분 통찰을 받아들였지만, 통찰을 흐름의 보편 법칙으로 통합한 학파는 없었습니다. 본 저자가 정립한 모형은 거장 6인의 답을 종합한 결과이며, 다섯 학파가 따로 본 양의 측면들이 모두 같은 보편 법칙의 다른 측면이라는 점을 한국과 미국의 690개월 데이터로 증명한 결과입니다.

질문을 바꾸면 답이 바뀐다

지금까지 확인한 사실은 분명합니다. 기존의 경제 진단은 단일 지표로 전체를 판정하는 한계, 과거 데이터로 현재를 진단하는 한계, 처방이 환부에 닿지 못하는 한계 세 가지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세 한계의 근본에는 이론적 맹점이 있었습니다. 양은 보았지만 흐름을 보지 못한 결과였습니다.

패러다임 전환: 얼마나 성장했는가에서 어디가 막혔는가로

구분기존 경제학의 질문물리경제학의 질문
핵심 질문얼마나 성장했는가어디가 막혔는가
측정 대상총량 (GDP·통화량·물가)흐름 (경로·속도·막힘)
진단 방식단일 지표 + 분기 데이터59개 게이지 + 실시간 + 위성
처방 대상대동맥 (거시 경제)미세혈관 (골목경제·가계)
환자 비유혈액 검사 수치만 봄혈관 조영술로 막힘을 봄

질문의 전환이 책의 출발점입니다. 얼마나 성장했는가를 묻는 대신 어디가 막혔는가를 물으면, 진단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GDP가 성장하고 있어도 골목의 가게가 죽어 가고 있다면, 우리는 어디에서 흐름이 막혔는지를 찾아야 합니다. 통화량이 늘었는데 물가가 안 오른다면, 돈이 어디에서 멈춰 있는지를 추적해야 합니다. 부채가 늘어난 경우, 부채의 대출이자가 어디에 침착되어 소비를 봉쇄하고 있는지를 분석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새로운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언어와 도구는 무엇일까요. 답은 이미 존재합니다. 약 37조 개의 세포로 이루어진 거대한 복잡 시스템, 대동맥에서 미세혈관까지 약 10만 킬로미터의 순환 경로를 가진 시스템, 수천 년에 걸쳐 축적된 진단 체계를 갖춘 분야가 있습니다. 인체입니다. 다음 장에서는 인체와 한 나라 경제가 왜 같은 구조 위에서 작동하는지, 단순한 비유가 아니라 학술적 동형 관계인지를 살펴봅니다.

다섯 학파 어디에도 자영업자를 살릴 도구는 없었다

앞에서 살펴본 다섯 학파의 처방은 모두 자영업자의 30년 동안 차례로 적용되었습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에는 케인즈학파의 부양책이 발표되었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는 통화주의 처방으로 정책 금리가 사실상 0퍼센트로 내려갔으며, 2020년 코로나 위기 이후에는 현대화폐이론과 가까운 형태로 정부 부채가 빠르게 늘었습니다. 그러나 다섯 처방 가운데 어느 것도 자영업자의 가게에 닿지 못했습니다. 한국의 자영업자들은 매번 사전 경고 없이 정통으로 충격을 맞았습니다.

이유는 분명합니다. 다섯 학파 모두 양만 보고 흐름을 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자금이 얼마나 풀렸는지는 보았지만, 자금이 어떤 통로를 따라 어디로 흘러가서 어디에서 막혔는지는 보지 못했습니다. 부채가 얼마나 늘었는지는 보았지만, 부채에서 나오는 대출이자가 자영업자의 가게 통장에서 매월 어떻게 빠져나갔는지는 보지 못했습니다. 다섯 학파 어디에도 한국의 자영업자들을 살릴 도구는 없었습니다. 빈자리가 있었습니다.

다섯 학파가 따로 본 더 명확한 사실이 있습니다. 공급의 양은 보았지만 공급이 어디로 빠져나가야 하는지(배출 경로)는 다섯 학파 누구도 본격적으로 다루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국가 경제는 공급과 배출 두 통로가 동시에 살아 있어야 흐름이 유지됩니다. 공급만 늘리고 배출이 막혀 있으면 자금은 어딘가에 침착되어 결국 부실이 됩니다. 사실을 부분적으로 본 학자들은 있었습니다. 미국 연방준비은행 세인트루이스 지점의 웬과 아리아스가 2014년에 발표한 분석은 양적 완화 이후 통화 유통속도가 폭락한 사실을 데이터로 보였고, 미국의 경제학자 몬테치노와 엡스타인이 2017년에 발표한 분석은 양적 완화가 소득 불평등을 확대한 사실을 데이터로 보였습니다. 두 연구 모두 흐름이 깨지는 사실까지는 증명했습니다. 그러나 두 통로가 동시에 막힐 때만 시스템 전체가 무너진다는 사실, 곧 이중봉쇄 명제를 한국과 미국의 690개월 데이터로 검증한 것은 본 저자의 학술 연구가 처음입니다. 다섯 학파가 답하지 못한 빈자리가 여기에 있습니다.

빈자리를 채우는 등식이 다음 장에서 다룰 이야기입니다. 인체와 한국과 미국 경제가 같은 물리 법칙 위에서 작동한다는 학술적 사실, 매개체와 통로와 침착물이 두 분야에서 일대일로 대응한다는 사실, 그래서 환자를 진단하는 의학의 도구가 경제 시스템을 진단하는 데도 그대로 적용 가능하다는 사실이 등식입니다. 한국의 자영업자들이 더 이상 사전 경고 없이 충격을 맞지 않으려면, 등식이 보이기 시작해야 합니다.

이 장에서 살펴본 핵심은 단순합니다. 한 나라 경제는 총량이 아니라 흐름이고, 붕괴는 흐름의 동시 차단입니다. 이 명제가 책의 모든 장을 떠받칩니다.

참고문헌

1. Federal Reserve History (n.d.). The Great Depression. Federal Reserve Bank of St. Louis.
2. Friedman, M., & Schwartz, A. J. (1963). A Monetary History of the United States, 1867–1960. Princeton University Press.
3. Hayek, F. A. (1944). The Road to Serfdom. University of Chicago Press.
4. Hoover, H. (1952). The Memoirs of Herbert Hoover: The Great Depression, 1929–1941. Macmillan.
5. Kelton, S. (2020). The Deficit Myth: Modern Monetary Theory and the Birth of the People's Economy. PublicAffairs.
6. Keynes, J. M. (1936). The General Theory of Employment, Interest and Money. Macmillan.
7. Mises, L. von (1949). Human Action: A Treatise on Economics. Yale University Press.
8. Montecino, J. A., & Epstein, G. (2017). Did Quantitative Easing Increase Income Inequality? Institute for New Economic Thinking Working Paper Series, No. 28.
9. Wen, Y., & Arias, M. A. (2014). What Does Money Velocity Tell Us about Low Inflation in the U.S.? Federal Reserve Bank of St. Louis, On the Economy Blog, September 1, 2014.

『물리경제학 시대선언』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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