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 편에 이어, D(결핍)·I(염증)·A(산증) 세 트리거가 어떻게 뼈에서 칼슘을 끌어내는지 살펴봅니다.
1. D 트리거: 결핍(Deficiency) - 부족분을 뼈칼슘이 메운다
DIAH의 첫 번째 트리거는 결핍입니다. 여기서 결핍은 주로 칼슘 결핍을 의미하지만, 비타민D 결핍, 단백질 결핍도 포함합니다. 이들은 모두 뼈 건강에 직접 영향을 미치고, 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칼슘 결핍은 어떻게 발생할까요? 섭취 부족이 가장 흔한 원인입니다. 한국인의 칼슘 섭취량은 권장량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2020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한국 성인의 평균 칼슘 섭취량은 권장섭취량의 약 70퍼센트 수준입니다. 특히 노인과 여성에서 부족이 심합니다. 흡수 장애도 중요한 원인입니다. 아무리 먹어도 흡수가 안 되면 소용없습니다. 위산 저하, 비타민D 부족, 장 질환, 제산제나 양성자펌프억제제 같은 약물이 칼슘 흡수를 방해합니다. 비타민D 결핍은 칼슘 흡수를 직접 저해합니다. 비타민D가 없으면 장에서 칼슘 흡수율이 약 10에서 15퍼센트에 불과하지만, 비타민D가 충분하면 30에서 40퍼센트까지 증가합니다. 비타민D 결핍은 매우 흔합니다. 실내 생활, 자외선 차단제 사용, 노화에 따른 피부 합성 감소 등이 원인입니다. 단백질 결핍도 뼈를 공격합니다. 단백질이 부족하면 뼈 형성에 필요한 성장인자가 감소하고, 골아세포의 뼈 만드는 능력이 떨어집니다. 동시에 근육량이 줄어 넘어짐과 골절 위험이 증가합니다. 단백질 결핍은 칼슘, 비타민D 결핍과 함께 하나의 결핍 패키지로 뼈를 공격합니다. 또 하나 현대인에게 흔한 결핍이 있습니다. 비타민K2입니다. 비타민K2는 칼슘을 혈액에서 뼈로 보내는 길잡이 역할을 합니다. 비타민K2가 부족하면 칼슘이 뼈에 들어가지 못하고 혈관벽에 쌓입니다. 이것이 제7장에서 다룰 이소성 석회화와 직결됩니다.
칼슘 섭취가 부족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혈중 칼슘 농도가 약간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부갑상선의 칼슘 감지 센서가 이를 감지합니다. 수 분 내에 부갑상선호르몬 분비가 증가합니다. 부갑상선호르몬은 먼저 신장에 작용하여 소변으로 빠져나가는 칼슘을 줄이고, 동시에 비타민D 활성화를 촉진합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부족하면 부갑상선호르몬은 뼈에 작용합니다. 골아세포와 골세포에 부갑상선호르몬 수용체가 있습니다. 부갑상선호르몬이 결합하면 RANKL 발현이 증가합니다. 파골세포 분화가 촉진됩니다. 뼈 흡수가 증가합니다. 칼슘이 뼈에서 혈액으로 방출됩니다. 단기적으로 이것은 적절한 반응입니다. 혈중 칼슘을 유지해야 심장이 뛰고 근육이 움직이기 때문입니다. 뼈는 비상 칼슘 저장고로서 기능합니다. 그러나 결핍이 지속되면 문제가 됩니다. 부갑상선호르몬이 지속적으로 높은 상태가 됩니다. 이것을 이차성 부갑상선기능항진증이라고 합니다. 뼈에서 칼슘이 지속적으로 빠져나옵니다. 뼈 밀도가 감소합니다. 골다공증이 진행됩니다.

진화적 관점에서 칼슘 결핍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자연환경에서 칼슘 결핍은 먹이가 부족하다는 신호입니다. 환경이 척박하거나, 개체가 먹이를 구하는 능력이 저하되었습니다. 어느 쪽이든 개체의 적응도가 떨어졌음을 나타냅니다. 진화는 이런 상황에서 어떤 반응을 선택했을까요? 두 가지 선택지가 있습니다. 첫째, 뼈를 보존하는 것입니다. 칼슘이 부족해도 뼈에서 빼내지 않습니다. 혈중 칼슘이 떨어집니다. 심장이 멈춥니다. 죽습니다. 둘째, 혈중 칼슘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뼈에서 빼냅니다. 뼈가 약해집니다. 그러나 당장은 살 수 있습니다. 나중에 먹이를 찾으면 다시 뼈를 채울 수 있습니다. 진화는 두 번째를 선택했습니다. 당장의 생존이 장기적 건강보다 우선합니다. 오늘 죽으면 내일이 없기 때문입니다. 자연환경에서 칼슘 결핍은 대개 일시적이었을 것입니다. 계절에 따라, 기후에 따라 먹이 가용성이 변합니다. 부족한 시기를 버티면 풍족한 시기가 옵니다. 풍족한 시기에 뼈를 다시 채울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현대인의 만성적 칼슘 결핍은 다릅니다. 일시적이 아니라 지속적입니다. 회복 기간이 없습니다. 뼈에서 빼낸 칼슘이 다시 채워지지 않습니다. 비상약이 상시약이 됩니다.
노화에 따른 변화를 살펴보면, 노화는 칼슘과 비타민D 흡수 감소를 유발하여 결핍으로 이어지고, 노화는 염증노화를 유발하여 염증으로 이어지고, 노화는 신장 기능 저하를 유발하여 산증 경향으로 이어지고, 노화는 심폐 기능 저하를 유발하여 저산소 경향으로 이어집니다. 노화라는 한 단어 안에는 사실 결핍, 염증, 산증, 저산소가 동시에 서서히 켜지는 과정이 숨어 있습니다. 이 네 축이 함께 뼈를 향해 이제 비상 칼슘을 꺼내 쓰라는 신호를 보내는 셈입니다.
앞서 제5장에서 살펴본 것처럼, 노화에 따라 칼슘 흡수가 감소합니다. 위산 분비가 감소합니다. 60세 이상에서 약 10에서 30퍼센트가 위산 저하 또는 무산증 상태입니다. 위산은 음식 속 칼슘 화합물을 이온화하여 흡수 가능한 형태로 만듭니다. 특히 탄산칼슘은 위산이 있어야 녹습니다. 위산이 부족하면 탄산칼슘 형태의 보충제 흡수가 저하됩니다. 피부의 비타민D 합성이 감소합니다. 피부에서 자외선 B에 의해 비타민D 전구체가 비타민D3로 전환되는데, 나이가 들면 피부의 전구체 함량이 줄어듭니다. 70세 노인의 피부는 같은 양의 자외선에 노출되어도 20세 젊은이의 약 25퍼센트 수준의 비타민D만 합성합니다. 신장의 비타민D 활성화 능력이 감소합니다. 비타민D는 간에서 1차 전환된 후 신장에서 최종 활성형으로 전환되는데, 노화에 따라 신장 기능이 저하되면 이 활성화가 줄어듭니다. 장의 칼슘 수송 능력이 감소합니다. 활성 비타민D는 장세포에서 칼슘 채널과 칼슘 결합 단백질의 발현을 증가시키는데, 노화에 따라 비타민D 수용체의 발현이 감소하고 같은 양의 비타민D에 대한 반응이 약해집니다. 이 모든 변화의 결과는 같습니다. 외부에서 칼슘이 충분히 들어오지 않습니다. 몸은 결핍 상태라고 인식합니다. 부갑상선호르몬이 상승합니다. 뼈에서 칼슘이 빠져나옵니다. 노화 자체가 결핍 트리거를 당기는 것입니다.
결핍은 악순환을 형성합니다. 칼슘 결핍이 부갑상선호르몬 상승을 유발하고, 부갑상선호르몬 상승이 뼈에서 칼슘 동원을 유발하고, 뼈에서 칼슘 동원이 뼈 약화를 유발하고, 뼈 약화가 골절 위험 증가를 유발합니다. 동시에 비타민D 결핍이 장에서 칼슘 흡수 감소를 유발하고, 칼슘 흡수 감소가 칼슘 결핍 악화를 유발하고, 칼슘 결핍 악화가 부갑상선호르몬 상승을 유발하고, 부갑상선호르몬 상승이 뼈 손실 가속을 유발합니다. 더 나아가 비타민D 결핍이 근력 저하를 유발하고, 근력 저하가 활동 감소를 유발하고, 활동 감소가 뼈에 가해지는 기계적 자극 감소를 유발하고, 기계적 자극 감소가 뼈 형성 감소를 유발하고, 뼈 형성 감소가 뼈 손실 가속을 유발합니다. 비타민D는 근육 기능에도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악순환이 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한번 시작되면 저절로 멈추지 않습니다. 외부 개입이 필요합니다.
2. I 트리거: 염증(Inflammation) - 염증 진화에 칼슘이 동원된다
염증은 양날의 검입니다. 급성 염증은 생존에 필수적입니다. 세균이 침입하면 면역세포가 몰려오고, 혈류가 증가하여 발적과 열감이 생기고, 부종이 생겨 병원체의 확산을 막고, 통증이 생겨 손상 부위를 보호합니다. 염증 반응 덕분에 감염을 제거하고 조직을 복구합니다. 그러나 염증이 해결되지 않고 지속되면 문제가 됩니다. 만성 염증입니다. 낮은 수준의 염증이 수개월, 수년, 수십 년 지속됩니다. 조직을 지속적으로 손상시킵니다. 만성 염증은 거의 모든 만성질환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심혈관 질환, 당뇨병, 암, 치매, 그리고 골다공증. 염증노화라는 용어가 있을 정도로, 노화 자체가 만성 염증 상태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염증성 신호물질은 뼈 대사에 직접 영향을 미칩니다. 종양괴사인자 알파는 강력한 뼈 흡수 촉진 물질입니다. 종양괴사인자 알파는 여러 경로로 파골세포를 활성화합니다. 골아세포와 면역세포에서 RANKL 발현을 증가시키고, 파골세포 전구세포에서 RANK 발현을 증가시키며, 파골세포에 직접 작용하여 분화와 생존을 촉진하고, 골아세포에 작용하여 골 형성을 억제합니다.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에서 관절 주위 뼈가 손실되는 주요 원인이 종양괴사인자 알파입니다. 종양괴사인자 알파 억제제인 인플릭시맙이나 아달리무맙 같은 약물이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에 사용되며, 이 약물들은 뼈 손실도 감소시킵니다. 인터루킨-1도 강력한 뼈 흡수 촉진 물질입니다. 인터루킨-1은 RANKL 발현을 증가시키고 OPG 발현을 감소시킵니다. 파골세포의 수명을 연장합니다. 또한 골아세포의 기능을 억제합니다. 인터루킨-6은 가장 흔히 측정되는 염증 지표 중 하나입니다. 인터루킨-6은 파골세포 형성을 촉진합니다. 특히 에스트로겐 결핍 상태에서 인터루킨-6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에스트로겐은 인터루킨-6 생산을 억제합니다. 폐경 후 에스트로겐이 감소하면 인터루킨-6이 증가하고, 이것이 뼈 손실에 기여합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이 있습니다. 활성화된 T세포와 B세포 같은 면역세포 자체가 RANKL을 직접 분비하여 파골세포 분화를 촉진합니다. 염증이 단지 신호물질을 통해서만 뼈에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라, 면역세포가 직접 뼈 파괴 세포의 스위치를 켜는 구조입니다. 염증성 신호물질의 전체적인 효과는 RANKL/OPG 비율을 높이는 것입니다. 파골세포 형성과 활성이 증가합니다. 뼈 흡수가 형성을 앞지릅니다. 뼈가 손실됩니다.
류마티스 관절염, 만성 폐쇄성 폐질환 같은 만성 염증 질환에서 자주 쓰는 글루코코르티코이드, 즉 스테로이드도 뼈에 해롭습니다. 스테로이드는 골아세포를 억제하고 파골세포 수명을 늘립니다. 염증 그 자체와는 별도로 또 하나의 뼈 손실 축을 더하는 것입니다. 실제 임상에서 염증 질환과 스테로이드의 조합은 골다공증의 가장 강력한 조합 중 하나입니다. 염증이 뼈를 녹이고, 염증을 치료하려고 쓰는 약도 뼈를 녹입니다. 이중 공격입니다.
나이가 들면 염증성 신호물질의 기저 수준이 높아집니다. 이것을 염증노화라고 합니다. 여러 요인이 염증노화에 기여합니다. 세포 노화가 있습니다. 노화 세포는 분열을 멈추지만 죽지 않습니다. 대신 염증성 물질들을 분비합니다. 나이가 들면 노화 세포가 축적됩니다. 이들이 만성 염증에 기여합니다. 장 투과성 증가도 있습니다. 나이가 들면 장 장벽 기능이 약해집니다. 장내 세균이나 세균 산물이 혈류로 들어갑니다.
면역 시스템이 이에 반응하여 염증을 유발합니다. 지방 조직 변화도 있습니다. 나이가 들면 지방 조직이 증가하고, 지방 조직 내 면역세포가 증가합니다. 지방 조직은 종양괴사인자 알파, 인터루킨-6 같은 염증성 물질을 분비합니다. 비만은 만성 저등급 염증 상태입니다. 면역노화도 있습니다. 나이가 들면 면역 기능이 저하됩니다. 역설적으로 면역 기능 저하가 만성 염증과 공존합니다. 면역계가 병원체를 효율적으로 제거하지 못하면서, 동시에 부적절한 염증 반응이 지속됩니다. 염증노화의 결과, 노인에서 CRP, 인터루킨-6, 종양괴사인자 알파 같은 염증 지표가 상승해 있습니다. 이 상승이 뼈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칩니다.
진화적 관점에서 염증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급성 염증은 감염이나 손상에 대한 적절한 반응입니다. 생존에 필수적입니다. 자연환경에서 염증 반응이 부족한 개체는 감염에 굴복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만성 염증은 다릅니다. 자연환경에서 만성 염증 상태의 개체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만성 염증은 면역계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음을 나타냅니다. 감염이 지속되거나, 조직 손상이 회복되지 않거나, 면역계가 오작동하고 있습니다. 어느 쪽이든 개체가 최적 상태가 아닙니다. 만성 염증 상태의 개체는 여러 가지 불리함을 겪습니다. 에너지가 면역 반응에 소모됩니다. 활동성이 저하됩니다. 포식자에게 취약해집니다. 번식 성공률이 떨어집니다. 진화의 관점에서 만성 염증은 이 개체에게 문제가 있다는 신호입니다. 이 신호에 대한 반응으로 뼈에서 칼슘이 동원되는 것은, 장기적 투자인 뼈 유지에서 단기적 대응인 면역 반응과 당장의 생존으로 자원을 재배분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물론 현대 의학으로 만성 염증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 항염증제, 면역조절제, 생물학적 제제. 그러나 몸의 기본 반응 체계는 진화된 그대로입니다. 염증 신호가 있으면 뼈에서 칼슘이 빠져나옵니다.
염증과 뼈 손실의 연결은 여러 질환에서 관찰됩니다. 류마티스 관절염은 자가면역 질환으로 관절에 만성 염증이 발생하며, 관절 주위 뼈가 손실되고 전신적인 골다공증도 발생합니다.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의 골절 위험은 일반인의 약 2배입니다. 크론병이나 궤양성 대장염 같은 염증성 장질환에서는 장에 만성 염증이 발생하며, 염증 자체가 뼈 손실을 유발하고 흡수 장애로 칼슘과 비타민D 결핍도 동반됩니다. 염증성 장질환 환자의 골다공증 유병률은 약 15에서 40퍼센트입니다. 만성 폐쇄성 폐질환에서는 폐에 만성 염증이 있고 전신적 염증도 동반됩니다.
만성 폐쇄성 폐질환 환자의 골다공증 유병률은 약 30에서 60퍼센트로 매우 높습니다. 만성 신장 질환에서는 신장 기능 저하와 함께 만성 염증이 동반되며, 신성 골이영양증이 발생합니다. 당뇨병은 만성 저등급 염증 상태이며, 제2형 당뇨병 환자에서 골절 위험이 증가합니다. 흥미롭게도 골밀도가 높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골절 위험이 높은데, 뼈의 질이 저하되기 때문입니다. 치주염은 구강 내 만성 염증이며, 치조골 손실이 일어납니다. 치주염과 전신 골다공증의 연관성도 보고되어 있습니다. 이 다양한 질환들의 공통점은 만성 염증입니다. 그리고 모두 뼈 손실과 연결됩니다.
3. A 트리거: 산증(Acidosis) - 산 중화에 뼈가 희생된다
혈액의 pH는 약 7.35에서 7.45로 정밀하게 유지됩니다. 이 좁은 범위가 효소 기능, 단백질 구조, 세포막 투과성 등을 최적으로 유지합니다. pH가 7.35 이하로 떨어지면 산증이고, pH가 7.45 이상으로 올라가면 알칼리증입니다. pH가 7.0 이하나 7.8 이상이 되면 생명이 위험합니다. 몸은 세 가지 메커니즘으로 pH를 조절합니다. 화학적 완충계가 있는데, 혈액에는 여러 완충계가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탄산-중탄산염 완충계이고, 인산염 완충계와 단백질 완충계도 있습니다. 이 완충계들이 즉각적으로 pH 변화를 완화합니다. 호흡 조절도 있는데, 폐가 이산화탄소를 배출합니다. 이산화탄소는 물과 반응하여 탄산을 형성합니다. 호흡을 빠르게 하면 이산화탄소가 많이 배출되어 pH가 올라가고, 호흡을 느리게 하면 이산화탄소가 축적되어 pH가 내려갑니다. 분 단위로 조절됩니다. 신장 조절도 있는데, 신장이 산을 배설하고 중탄산염을 재흡수합니다. 수 시간에서 수일에 걸쳐 작용하며, 가장 강력한 조절 메커니즘입니다.
여기에 네 번째 메커니즘이 있습니다. 뼈입니다. 뼈의 무기질 성분은 하이드록시아파타이트입니다. 이것은 염기성 화합물입니다. 산과 반응하여 중화할 수 있습니다. 체액이 산성화되면 뼈에서 칼슘과 탄산염, 인산염이 용해됩니다. 이 염기성 이온들이 산을 중화합니다. 뼈가 완충제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물리화학적 용해와 세포 매개 흡수 두 가지 경로로 일어납니다. 물리화학적 용해에서는 산성 환경에서 하이드록시아파타이트가 직접 녹습니다. 세포의 개입 없이 화학적으로 일어나며, 비교적 빠르게 일어납니다. 세포 매개 흡수에서는 산성 환경이 파골세포를 활성화합니다. 파골세포가 뼈를 흡수합니다. 더 느리지만 더 지속적입니다. 뼈는 거대한 알칼리 저장고입니다. 성인의 뼈에는 약 1킬로그램의 칼슘, 0.5킬로그램의 인이 있습니다. 이것이 모두 잠재적인 완충 능력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건강검진에서 혈액 pH가 정상이라는 결과를 받고 안심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뼈의 희생 덕분일 수 있습니다. 현대인의 몸은 육류와 가공식품으로 인해 끊임없이 산성화 공격을 받습니다. 혈액 pH가 정상 범위인 7.35에서 7.45에 머물러 있다는 것은, 뼈가 자신의 살인 칼슘을 깎아내어 필사적으로 산을 중화시키고 있다는 뜻일 수 있습니다. 이를 만성 잠재적 대사성 산증이라 부릅니다. 혈액 pH가 정상 범위를 크게 벗어나는 극단적인 산증이 아니라, 신장이 처리해야 하는 산 부하가 꾸준히 높은 상태입니다. 이때 뼈는 조금씩 완충제 역할을 하느라 무기질을 내어줍니다. 수치는 정상입니다. 그러나 뼈는 이미 녹고 있습니다. 산증이 지속되면 뼈에서 지속적으로 무기질이 빠져나옵니다. 연구에 따르면, 혈액 pH가 0.1 단위 감소하면 뼈에서 칼슘 방출이 유의하게 증가합니다. 만성 대사성 산증 상태에서는 뼈 밀도가 감소하고 골절 위험이 증가합니다. 만성 신장 질환은 이 메커니즘의 좋은 예입니다. 신장 기능이 저하되면 산 배설 능력이 떨어집니다. 대사성 산증이 발생합니다. 뼈에서 무기질이 빠져나와 산을 완충합니다. 신성 골이영양증이 발생합니다.
고단백 식이도 산 부하를 증가시킵니다. 단백질이 대사되면 황산과 인산 같은 비휘발성 산이 생성됩니다. 그러나 여기서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단백질이 많은 식사는 황과 인 대사로 산 부하를 늘리지만, 신장 기능이 정상이고 과일과 채소에서 충분한 알칼리성 칼륨을 함께 섭취하면 뼈에 해롭지 않거나 오히려 근육과 뼈를 함께 지켜줍니다. 문제는 단백질 그 자체라기보다 단백질에 비해 과일과 채소가 너무 적은 식사 패턴입니다. 고기만 먹고 채소를 안 먹는 식단이 문제입니다. 반대로 알칼리성 식이, 즉 과일과 채소가 풍부한 식이는 뼈에 보호적입니다. 과일과 채소에는 구연산칼륨, 사과산칼륨 같은 유기산 염이 풍부합니다. 이들이 대사되면 중탄산염을 생성합니다. 산 부하가 감소합니다. 뼈의 완충 부담이 줄어듭니다.
진화적 관점에서 산증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산증은 대사 균형이 깨졌음을 나타냅니다. 산이 과도하게 생성되거나 산 배출이 불충분합니다. 대사 이상이나 조직 저산소로 산이 과도하게 생성되거나, 신장 기능 저하나 폐 기능 저하로 산 배출이 불충분합니다. 어느 쪽이든 개체의 항상성 유지 능력에 문제가 있습니다. 자연환경에서 산증 상태의 개체는 오래 생존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산증은 심각한 내부 문제의 신호입니다. 따라서 진화는 산증에 대해 뼈를 희생해서라도 pH를 유지하는 반응을 선택했습니다. 뼈의 완충 기능은 단기적 생존에 유리합니다. pH가 급격히 떨어지면 효소가 기능하지 않습니다. 심장이 멈출 수 있습니다. 뼈에서 무기질을 방출하여 pH를 유지하는 것이 당장의 생존에 도움이 됩니다. 자연환경에서 급성 산증은 빨리 해결되거나 죽음으로 이어졌을 것입니다. 만성 산증 상태로 오래 생존하는 것은 현대 의학이 가능하게 한 것입니다. 투석, 중탄산염 보충 등으로 만성 신장 질환 환자가 산증 상태에서도 수년간 생존합니다. 그러나 뼈는 계속 희생됩니다.
현대인의 식이는 진화 환경의 식이와 다릅니다. 수렵채집인의 식이는 야생 동물, 야생 식물, 과일, 견과류로 구성되었습니다. 단백질 섭취량이 높았지만, 동시에 칼륨과 유기산염 섭취량도 높았습니다. 야생 식물과 과일에는 칼륨이 풍부합니다. 전체적인 산-염기 균형은 중성 또는 약 알칼리성이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현대 서구 식이는 다릅니다. 가공식품, 곡류, 유제품, 육류가 많습니다. 과일과 채소는 적습니다. 칼륨 섭취는 감소하고, 나트륨과 염소 섭취는 증가했습니다. 전체적으로 산 부하가 높아졌습니다. 이 만성적인 저등급 대사성 산증이 뼈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혈액 pH는 정상 범위 내에 있지만, 뼈가 지속적으로 완충 역할을 하면서 무기질을 잃습니다. 이것이 과일과 채소 섭취가 뼈 건강에 유익한 이유 중 하나일 수 있습니다. 역학 연구들은 과일과 채소 섭취가 많을수록 골밀도가 높고 골절 위험이 낮음을 보여줍니다. 칼슘, 비타민K, 항산화제 등의 효과도 있지만, 알칼리 부하 감소 효과도 기여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