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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서재2026.07.0218분 읽기조회 8

껍질의 발명 (2): 왜 생명은 칼슘으로 갑옷을 지었나

여러 계통이 저마다 도달한 같은 답, 탄산칼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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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 편에 이어, 생체광물화가 여러 계통에서 독립적으로 일어난 까닭과 하필 칼슘이 선택된 이유를 살펴봅니다.

생체광물화의 독립적 기원

캄브리아기에 껍질과 골격을 가진 동물들이 폭발적으로 출현했습니다. 삼엽충, 완족류, 연체동물, 극피동물, 척추동물의 조상들이 모두 이 시기에 단단한 구조물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근본적인 질문이 떠오릅니다. 이 껍질들은 공통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것일까요, 아니면 각각의 동물 계통에서 독립적으로 진화한 것일까요? 만약 공통 조상이 껍질을 가지고 있었다면, 껍질을 만드는 유전자와 분자 기계가 모든 후손에게 전해졌을 것이고, 껍질의 구조도 어느 정도 유사할 것입니다. 반면 독립적으로 진화했다면, 각 계통이 서로 다른 방법으로 껍질을 만들었을 것이고, 껍질의 구조도 상당히 다를 것입니다.

현재 과학계의 합의는 후자입니다. 생체광물화는 여러 동물 문에서 독립적으로, 그러나 거의 같은 시기에 진화했습니다. 그 증거는 여러 가지입니다. 첫째, 계통발생학적 분석입니다. 껍질을 가진 동물들의 진화적 가계도를 그려보면, 껍질이 없는 동물들이 껍질을 가진 동물들 사이에 끼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연체동물 중에서 달팽이와 조개는 단단한 껍질을 가지고 있지만, 민달팽이와 일부 바다 민달팽이는 껍질이 없습니다. 만약 껍질이 연체동물의 공통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라면, 껍질을 가진 종들이 하나의 가지에 모여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껍질을 잃어버린 종들이 가계도 여기저기에 분산되어 있어서, 껍질이 여러 번 독립적으로 진화하고 또 여러 번 독립적으로 상실되었음을 시사합니다. 동물계 전체로 범위를 넓혀도 마찬가지입니다. 껍질을 가진 동물 문들 사이에 껍질이 없는 동물 문들이 끼어 있어서, 껍질이 한 번만 진화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둘째, 사용하는 광물의 다양성입니다. 캄브리아기 초기에 이미 여러 종류의 광물로 만들어진 껍질이 등장합니다. 탄산칼슘에도 두 가지 형태가 있습니다. 아라고나이트와 칼사이트입니다. 화학식은 같지만 결정 구조가 다릅니다. 어떤 동물은 아라고나이트를 사용하고 어떤 동물은 칼사이트를 사용합니다. 인산칼슘도 있습니다. 척추동물의 뼈와 이빨은 하이드록시아파타이트라는 인산칼슘 광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일부 완족류도 인산칼슘 껍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실리카, 즉 이산화규소로 골격을 만드는 동물도 있습니다. 유리해면의 골격이 그렇습니다. 만약 생체광물화가 단 한 번만 진화했다면, 처음에는 하나의 광물만 사용되었다가 나중에 다양화했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캄브리아기 초기부터 이미 여러 광물이 동시에 사용되었다는 것은 여러 계통이 독립적으로 생체광물화를 시작했음을 시사합니다.

셋째, 미세구조의 다양성입니다. 같은 탄산칼슘 껍질이라도 그 미세구조는 동물 문마다 크게 다릅니다. 조개껍질의 단면을 전자현미경으로 보면, 여러 겹의 층이 쌓여 있고 각 층은 서로 다른 결정 배열을 가지고 있습니다. 진주층이라고 불리는 구조는 아라고나이트 결정이 벽돌처럼 쌓여 있어서 강도와 광택을 모두 제공합니다. 그러나 성게의 골격을 보면 완전히 다른 구조입니다. 성게의 각 가시와 껍질 조각은 하나의 거대한 칼사이트 결정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 안에 수많은 미세한 구멍이 뚫려 있어서 마치 스폰지 같습니다. 산호의 골격은 또 다릅니다. 만약 모든 동물이 같은 조상으로부터 껍질 만드는 방법을 물려받았다면, 미세구조가 이렇게 다를 수 없습니다. 각 문이 독립적으로 껍질 형성 메커니즘을 진화시켰기 때문에 이런 다양성이 나타난 것입니다.

그렇다면 왜 서로 관계가 먼 동물들이 거의 같은 시기에 독립적으로 껍질을 진화시켰을까요? 한 가지 유력한 설명은 생체광물화 툴킷 가설입니다. 이 가설에 따르면, 껍질을 만드는 데 필요한 유전적, 분자적 도구들은 이미 동물들의 공통 조상에 존재했습니다. 다만 이 도구들은 원래 다른 목적으로 사용되었습니다. 칼슘을 세포 밖으로 배출하는 펌프, 칼슘과 결합하는 단백질, 탄산 이온을 조절하는 탄산무수화효소, 세포 밖에 단백질 기질을 분비하는 시스템. 이런 분자적 도구들은 세포의 칼슘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해 이미 진화해 있었습니다. 제1장에서 살펴본 것처럼, 모든 세포는 칼슘을 철저하게 관리해야 생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도구들은 생체광물화를 위해 진화한 것이 아니라 세포 생존을 위해 진화한 것인데, 나중에 껍질 형성에 전용된 것입니다.

캄브리아기 초기에 해양 환경이 변화하고 칼슘 농도가 높아지고 포식압이 증가하자, 여러 동물 계통이 동시에 이 기존 도구들을 새로운 목적인 껍질 형성에 활용하기 시작했습니다. 각 계통은 같은 기본 도구를 가지고 있었지만, 그 도구를 조합하고 활용하는 방식은 각자 달랐습니다. 그래서 껍질의 광물 조성과 미세구조가 계통마다 다르게 진화한 것입니다. 이것을 수렴 진화라고 합니다. 서로 다른 계통이 비슷한 환경적 도전에 직면하여 비슷한 해결책을 독립적으로 진화시키는 현상입니다. 눈이 여러 동물 문에서 독립적으로 진화한 것처럼, 껍질도 여러 동물 문에서 독립적으로 진화했습니다. 이제 진화적 맥락이 더 분명해집니다. 38억 년 동안 생명은 세포질 칼슘 농도를 약 100나노몰로 유지하는 능력을 진화시켜왔습니다. 이것은 생존을 위한 필수 조건이었습니다. 캄브리아기에 이르러 일부 동물들은 이 칼슘 제어 능력을 새로운 차원으로 확장했습니다. 세포 안의 칼슘을 관리하는 것을 넘어서, 세포 밖에 칼슘 기반 구조물을 형성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껍질과 골격은 세포 내 칼슘 제어 능력의 외적 표현입니다. 껍질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은 그 동물이 칼슘을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다는 증거입니다. 어디에 얼마만큼의 칼슘을 침착시킬지, 어떤 결정 구조를 형성할지, 언제 성장을 시작하고 멈출지. 이 모든 것을 정교하게 조절해야 합니다. 캄브리아기 대폭발은 칼슘 제어 능력의 진화에서 새로운 장이 열린 사건이었습니다.

왜 하필 칼슘인가

캄브리아기 동물들이 껍질의 재료로 칼슘을 선택한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습니다. 다른 원소도 많은데 왜 하필 칼슘이었을까요? 첫째, 풍부함입니다. 칼슘은 바닷물에 풍부하게 존재합니다. 현대 바닷물의 칼슘 농도는 리터당 약 400에서 420밀리그램입니다. 캄브리아기에는 이보다 더 높았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원료가 풍부하다는 것은 껍질을 만드는 데 드는 에너지 비용이 낮다는 의미입니다. 바닷물에서 칼슘을 추출하는 데 많은 에너지가 들지 않습니다. 반면 철이나 구리 같은 금속은 바닷물에 훨씬 적은 양만 녹아 있어서, 이것들로 껍질을 만들려면 농축하는 데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둘째, 화학적 안정성입니다. 탄산칼슘은 바닷물의 정상적인 pH와 온도에서 상당히 안정적입니다. 한번 형성되면 쉽게 녹지 않습니다. 물론 pH가 낮아지면, 즉 바닷물이 산성화되면 탄산칼슘이 용해될 수 있지만, 정상적인 해양 환경에서는 단단한 보호막 역할을 충실히 수행합니다. 셋째, 형성의 용이성입니다. 탄산칼슘은 비교적 낮은 에너지로 침전시킬 수 있습니다. 세포가 국소적으로 pH나 탄산 이온 농도를 조금만 조절하면 원하는 위치에 칼슘을 침착시킬 수 있습니다. 복잡한 화학 반응이나 극단적인 조건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껍질과 골격에는 방어 기능 외에, 훗날 육상 진출의 열쇠가 되는 결정적인 기능이 숨어 있었습니다. 바로 칼슘 배터리 역할입니다. 제1장에서 우리는 칼슘이 세포의 거의 모든 기능에 관여하는 신호 분자라는 것을 배웠습니다. 근육이 수축하려면 칼슘 신호가 필요하고, 신경이 신호를 전달하려면 칼슘이 필요하고, 호르몬이 분비되려면 칼슘이 필요하고, 세포가 분열하려면 칼슘이 필요합니다. 생명 활동의 거의 모든 순간에 칼슘 이온이 소모됩니다. 그런데 거친 자연환경에서 먹이를 통해 칼슘을 항상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먹이가 부족한 계절이 있을 수 있고, 이동 중에 먹이를 구하기 어려울 수 있고, 환경의 칼슘 농도가 변할 수도 있습니다. 바다에 사는 동물이라면 바닷물에서 칼슘을 흡수할 수 있지만, 담수에 사는 동물이나 육지에 사는 동물은 그럴 수 없습니다.

껍질과 골격은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입니다. 칼슘이 풍부할 때 껍질과 뼈에 저장해 두었다가, 칼슘이 부족할 때 녹여내어 생명 활동에 사용하는 것입니다. 마치 배터리를 충전했다가 방전하는 것처럼, 칼슘을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꺼내 쓸 수 있습니다. 척추동물의 뼈가 바로 이런 역할을 합니다. 뼈는 단순히 몸을 지탱하는 지지 구조가 아닙니다. 뼈는 인체에서 가장 큰 칼슘 저장고입니다. 인체에 있는 칼슘의 약 99퍼센트가 뼈와 치아에 저장되어 있습니다. 혈중 칼슘 농도가 떨어지면 부갑상선호르몬이 분비되어 뼈에서 칼슘을 녹여 혈액으로 방출하고, 혈중 칼슘 농도가 높아지면 칼시토닌이 분비되어 칼슘을 뼈에 저장합니다. 뼈는 거대한 칼슘 배터리입니다.

척추동물이 훗날 바다를 떠나 칼슘이 부족한 육지로 올라올 수 있었던 비결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바다에서 태어난 생명이 육지로 올라간다는 것은 엄청난 도전이었습니다. 물 밖에서 호흡해야 했고, 중력을 견뎌야 했고, 건조함을 이겨내야 했습니다. 그리고 칼슘 문제가 있었습니다. 바다에는 칼슘이 풍부하지만 육지에는 그렇지 않습니다. 담수의 칼슘 농도는 바닷물의 수십 분의 일에 불과하고, 육지의 토양과 암석에서 칼슘을 추출하는 것은 바닷물에서 흡수하는 것보다 훨씬 어렵습니다. 만약 뼈가 없었다면, 육상 생활은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먹이에서 칼슘을 충분히 섭취하지 못하면 근육이 수축하지 못하고, 신경이 신호를 보내지 못하고, 심장이 뛰지 못해 죽었을 것입니다. 뼈가 있었기에 칼슘을 미리 저장해 두었다가 필요할 때 꺼내 쓸 수 있었고, 그래서 칼슘 공급이 불안정한 환경에서도 생존할 수 있었습니다. 척추동물은 바다를 떠난 것이 아닙니다. 그들은 뼈라는 형태의 휴대용 고체 바다를 몸속에 챙겨서 육지로 올라온 것입니다. 이 이야기는 제3장에서 더 자세히 다루겠습니다.

껍질을 가진 동물은 이 외에도 여러 가지 이점을 누렸습니다. 포식자로부터 몸을 보호하는 방어 기능은 가장 분명한 이점입니다. 단단한 껍질은 이빨과 발톱을 막아줍니다. 포식자 입장에서는 부드러운 먹이를 잡아먹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므로, 껍질을 가진 동물은 공격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지 기능도 중요합니다. 단단한 골격이 있으면 더 큰 몸집을 가질 수 있습니다. 연체동물은 물의 부력에 의존하여 형태를 유지하지만, 골격이 있으면 자체적으로 형태를 유지할 수 있어서 더 다양한 자세와 운동이 가능합니다. 근육이 부착할 수 있는 단단한 지점이 생기므로 더 강력한 힘을 낼 수도 있습니다. 일부 동물은 껍질을 부력 조절에 사용합니다. 앵무조개는 껍질 안에 기체로 채워진 방을 가지고 있어서 부력을 조절하며 수직 이동을 할 수 있습니다. 일부 동물은 껍질에 감각 기능까지 부여했습니다. 연체동물의 일종인 군부는 껍질 표면에 아라고나이트로 만들어진 수백 개의 작은 눈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눈들은 렌즈 역할을 하는 칼슘 구조물이 포함되어 있어서 빛을 감지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처음에는 단순한 해독 메커니즘이나 방어 구조로 시작한 껍질이, 진화 과정에서 다양한 기능을 획득하게 되었습니다. 이것이 진화의 특징입니다. 한번 출현한 형질은 새로운 맥락에서 새로운 기능을 얻습니다.

결론: 칼슘 혁명의 의미

캄브리아기 대폭발은 생명 역사의 가장 극적인 사건 중 하나입니다. 38억 년 생명 역사의 1퍼센트도 안 되는 짧은 기간에 거의 모든 동물 문이 출현했습니다. 오늘날 지구상에서 볼 수 있는 동물들의 기본 설계도가 모두 이때 만들어졌습니다. 그리고 이 동물들의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껍질과 골격이었습니다. 부드러운 몸만 가지고 있던 생물들이 갑자기 단단한 갑옷을 두르기 시작한 것입니다. 왜 하필 이 시기에 껍질이 출현했을까요? 해양의 칼슘 농도 급증, 대기 산소 농도 상승, 포식자의 출현에 따른 방어 필요성 증가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중심에는 칼슘이 있었습니다. 바다에 칼슘이 넘쳐났고, 그 칼슘을 처리해야 했고, 처리하는 과정에서 껍질이 만들어졌습니다.

생명은 38억 년 동안 세포 안의 칼슘을 관리하는 능력을 진화시켜왔습니다. 100나노몰이라는 낮은 농도를 유지하고, 필요할 때만 일시적으로 농도를 높여 신호로 사용하고, 다시 빠르게 낮추는 능력. 이것은 모든 세포의 기본 능력입니다. 캄브리아기에 이르러 일부 동물들은 이 능력을 세포 밖으로 확장했습니다. 세포 밖에 칼슘 기반 구조물, 즉 껍질과 골격을 만들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것은 칼슘 제어 능력의 새로운 장이었습니다. 세포 내 항상성 유지라는 방어적 사용을 넘어, 칼슘을 이용해 몸의 구조를 만드는 공격적 사용으로 전환한 것입니다. 이 능력은 동물에게 방어, 지지, 저장 등 다양한 이점을 제공했습니다.

그러나 캄브리아기 혁명은 바다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바다는 칼슘이 풍부한 환경입니다. 바닷물에서 칼슘을 얻는 것은 비교적 쉽습니다. 다음 장에서 우리는 생명이 육상으로 진출했을 때 직면한 새로운 도전을 살펴볼 것입니다. 육지는 바다와 전혀 다른 환경입니다. 칼슘이 부족하고, 비타민D를 합성할 수 있는 자외선은 있지만 물속에서처럼 아가미로 칼슘을 흡수할 수는 없습니다. 칼슘이 부족한 환경에서 살아남으려면, 뼈라는 칼슘 저장고를 더욱 정교하게 관리해야 했습니다. 완전히 새로운 칼슘 제어 시스템이 필요했습니다. 부갑상선호르몬과 비타민D 시스템이 진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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