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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서재2026.07.0220분 읽기조회 13

생각하는 이온 (1): 시냅스와 학습을 여는 방아쇠

860억 개의 뉴런이 대화하는 법, 그 방아쇠는 칼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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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DMC Lab 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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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다윈과 게놈지도가 놓친, 진화의 실체 칼슘』(윤종원) 제4장의 앞부분입니다. 본문·수치·인용은 원고 그대로입니다.
시냅스 전달과 장기강화(LTP): 칼슘이 여는 학습의 문
시냅스 전달과 장기강화(LTP): 칼슘이 여는 학습의 문

서론: 860억 개의 뉴런이 대화하는 법

인간의 뇌는 약 860억 개의 뉴런을 가지고 있습니다. 2009년 브라질의 신경과학자 수잔나 헤르쿨라노-하우젤이 새로운 방법론을 적용하여 정밀하게 측정한 이 숫자는, 그 이전까지 교과서에 실려 있던 1000억 개라는 추정치를 수정한 것입니다.

860억과 1000억의 차이가 대수롭지 않게 들릴 수 있지만, 그 차이인 140억 개는 개코원숭이 뇌 전체의 뉴런 수와 맞먹는 숫자이니 결코 작은 오차가 아닙니다. 그리고 이 860억 개의 뉴런은 약 100조 개의 시냅스로 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100조라는 숫자를 실감하기는 어렵지만, 우리 은하에 있는 별의 수가 약 1000억에서 4000억 개로 추정되니 인간 뇌의 시냅스 수는 우리 은하의 별보다 수백 배 많은 셈입니다. 평균적으로 각 뉴런이 약 1000개 이상의 시냅스를 형성하고 있으며, 매 순간 이 거대한 네트워크에서 수천억 개의 신호가 오갑니다. 우리가 무언가를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하고, 기억할 때마다 이 신호들이 흘러가고, 지금 이 문장을 읽고 있는 당신의 뇌에서도 바로 이 순간 수천억 번의 신호 전달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신호의 핵심에, 이 책이 처음부터 추적해온 그 이온, 바로 칼슘이 있습니다.

뉴런과 뉴런 사이의 신호 전달, 즉 시냅스 전달은 칼슘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활동전위가 축삭을 따라 전달되어 시냅스 말단에 도달하면, 전압의존성 칼슘 통로가 열리고 칼슘 이온이 세포 안으로 밀려들어오며, 이 칼슘이 신경전달물질이 담긴 소포를 세포막과 융합시켜 신경전달물질을 방출하게 만듭니다. 수백 마이크로초에서 수 밀리초 사이에 일어나는 이 과정이 860억 개 뉴런 사이의 모든 소통을 가능하게 하며, 뇌의 모든 기능은 이 기본적인 과정 위에 구축되어 있습니다. 학습과 기억도 마찬가지로 칼슘에 의존합니다. 시냅스가 강화되거나 약화되는 현상, 즉 시냅스 가소성의 핵심 신호가 바로 칼슘이며, 칼슘 농도가 높으면 시냅스가 강화되어 장기강화가 일어나고 칼슘 농도가 낮으면 시냅스가 약화되어 장기억제가 일어납니다. 그런데 여기서 이 책을 관통하는 익숙한 역설이 다시 등장합니다. 제1장에서 우리는 칼슘이 세포에 독성을 가진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ATP를 침전시키고, 단백질을 응집시키고, 세포막을 파괴하고, 결국 세포를 죽이는 위험한 이온이라는 것을요. 특히 뇌에서 칼슘 과부하는 신경세포 사망을 초래하며, 이것이 뇌졸중 후 대규모 신경세포 손상의 주요 원인인 흥분독성입니다. 신호와 독. 칼슘은 뇌에서 이 두 가지 역할을 동시에 수행합니다. 고등 지능의 진화는 이 역설을 어떻게 해결했을까요? 이 장에서는 칼슘이 뇌 기능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그리고 칼슘 제어 능력의 정교화가 어떻게 고등 지능의 물질적 기반이 되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시냅스: 칼슘이 방아쇠를 당기다

1967년, 런던 유니버시티 칼리지의 버나드 카츠와 리카르도 밀레디는 신경근 접합부에서 획기적인 발견을 했습니다. 그들은 개구리의 신경근 표본을 사용하여 신경과 근육 사이의 신호 전달을 연구하고 있었는데, 단순하지만 결정적인 실험을 수행했습니다. 표본을 담그고 있는 용액에서 칼슘을 제거하자, 신경을 자극해도 근육이 수축하지 않았습니다. 신경은 정상적으로 활동전위를 전달했고, 근육도 직접 자극하면 수축할 능력이 있었지만, 신경에서 근육으로 신호가 전달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용액에 칼슘을 다시 넣자 신경 전달이 정상으로 돌아왔습니다. 더욱 결정적인 것은 타이밍이었습니다. 칼슘이 신경 자극과 동시에 또는 그 직전에 존재해야만 신호 전달이 일어났고, 자극 후에 칼슘을 넣으면 아무 소용이 없었습니다. 이것은 칼슘이 신경전달물질 방출의 직접적인 방아쇠라는 것을 의미했습니다. 칼슘 없이는 신경이 아무리 활성화되어도 신경전달물질이 방출되지 않았고, 따라서 다음 세포로 신호가 전달되지 않았습니다. 이 발견으로 카츠는 1970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고, 이후 반세기가 넘는 연구는 칼슘이 시냅스 전달의 핵심 방아쇠임을 분자 수준에서 거듭 확인해왔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시냅스 전달이 어떻게 일어나는지 놀라울 정도로 상세하게 알고 있습니다. 뉴런의 세포체에서 발생한 활동전위는 축삭이라는 긴 돌기를 따라 전달되어 시냅스 말단에 도달합니다. 시냅스 말단의 세포막에는 전압의존성 칼슘 통로라는 특별한 단백질이 박혀 있는데, 이 통로는 평소에는 닫혀 있지만 막전위가 탈분극되면, 즉 활동전위가 도달하면 열립니다. 통로가 열리는 순간 칼슘 이온이 세포 밖에서 세포 안으로 밀려들어옵니다. 제1장에서 살펴본 것처럼, 세포 밖 칼슘 농도는 약 1에서 2밀리몰이고 세포 안 칼슘 농도는 약 100나노몰이어서 농도 차이가 1만 배 이상입니다. 이 엄청난 농도 기울기 때문에 통로가 열리면 칼슘은 마치 높은 댐의 수문이 열렸을 때 물이 쏟아지듯 빠르게 유입됩니다. 유입된 칼슘은 시냅토태그민이라는 칼슘 감지 단백질에 결합하는데, 시냅토태그민은 신경전달물질이 담긴 소포 표면에 붙어 있으면서 칼슘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칼슘이 시냅토태그민에 결합하면 이 단백질의 구조가 변하고, 이 구조 변화가 SNARE 복합체라는 단백질 기계를 활성화시킵니다. SNARE 복합체는 소포막과 세포막을 강제로 가까이 끌어당겨 융합시키고, 융합이 일어나면 소포 안에 들어 있던 신경전달물질이 시냅스 틈이라는 두 뉴런 사이의 좁은 공간으로 방출됩니다. 방출된 신경전달물질은 확산을 통해 시냅스 후 뉴런의 수용체에 도달하여 결합하고, 이것이 시냅스 후 뉴런에서 새로운 전기 신호를 일으킵니다.

이 전체 과정에서 가장 놀라운 것은 속도입니다. 칼슘 통로가 열리고 소포 융합이 시작되기까지는 수백 마이크로초밖에 걸리지 않으며, 신경전달물질이 방출되어 시냅스 후 뉴런에서 전기 신호가 나타나기까지 전체 과정이 수 밀리초 안에 완료됩니다. 밀리초는 1000분의 1초이고 마이크로초는 100만분의 1초입니다. 우리가 눈을 깜빡이는 데 약 300밀리초가 걸리니, 눈을 한 번 깜빡이는 동안 수백 번의 시냅스 전달이 일어날 수 있는 셈입니다. 어떻게 이토록 빠른 과정이 가능할까요? 답은 공간적 근접성에 있습니다. 시냅스 말단의 활성 영역이라고 불리는 특별한 구역에서 칼슘 통로와 신경전달물질 소포는 매우 가깝게 배치되어 있습니다. 그 거리는 수십 나노미터에 불과한데, 이것은 머리카락 굵기의 수천분의 일에 해당하는 거리입니다. 칼슘 통로에서 칼슘이 나오면 바로 옆에 있는 소포의 시냅토태그민에 즉시 도달할 수 있습니다. 이 좁은 공간에서 칼슘 농도는 순식간에 수십 마이크로몰까지 치솟는데, 이것은 기저 농도인 100나노몰의 수백 배에 해당합니다. 제1장에서 살펴본 원리가 여기서도 작동합니다. 기저 농도가 극도로 낮기 때문에 신호가 왔을 때 상대적 변화가 극적이고, 신호가 명확합니다. 그리고 칼슘 펌프와 칼슘결합단백질이 빠르게 칼슘을 제거하기 때문에 신호는 급격히 종료되어 다음 신호를 받을 준비가 됩니다. 낮은 기저 농도, 급격한 상승, 빠른 종료. 칼슘이 독이기 때문에 배제되고, 배제되기 때문에 명확한 신호가 됩니다. 이 역설이 시냅스에서도 그대로 작동하며, 860억 개 뉴런 사이의 100조 개 시냅스에서 매 순간 수천억 번씩 반복되고 있습니다.

학습과 기억: 칼슘이 시냅스를 바꾸다

뇌는 어떻게 학습하고 기억할까요? 이 질문은 철학자와 과학자들을 수천 년간 매료시켜온 난제입니다. 현재 신경과학에서 가장 유력한 답은 시냅스 가소성입니다. 시냅스는 고정된 것이 아니라 사용 패턴에 따라 강해지기도 하고 약해지기도 합니다. 자주 함께 활성화되는 뉴런들 사이의 시냅스는 강화되고, 함께 활성화되지 않는 뉴런들 사이의 시냅스는 약화됩니다. 이것이 캐나다의 심리학자 도널드 헵이 1949년에 출간한 그의 저서 "행동의 조직"에서 제안한 원리입니다. 헵은 학습이 일어날 때 뇌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에 대한 이론적 추측을 제시했는데, 핵심은 이것이었습니다. 두 뉴런이 반복적으로 함께 활성화되면 그들 사이의 연결이 강화된다. 영어로 "Neurons that fire together, wire together", 즉 함께 발화하는 뉴런은 함께 연결된다는 격언으로 요약되는 이 원리는 신경과학의 가장 유명한 아이디어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헵이 이 아이디어를 제안했을 때 그것은 순전히 이론적 추측이었고, 실제로 시냅스가 강화된다는 실험적 증거는 없었습니다.

1973년, 노르웨이의 테리예 뢰모와 영국의 팀 블리스가 토끼의 해마에서 이 원리의 실험적 증거를 발견했습니다. 해마는 뇌의 측두엽 깊숙이 위치한 작은 구조물로, 새로운 기억의 형성에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해마가 손상된 환자는 새로운 기억을 형성하지 못합니다. 뢰모와 블리스는 토끼 해마의 특정 신경 경로에 고빈도 전기 자극을 반복해서 주었습니다. 보통 1초에 100번 정도의 빠른 자극을 1초간 주는 식이었습니다. 놀랍게도, 이 고빈도 자극을 준 후에 그 경로의 시냅스 반응이 강화되었고, 이 강화는 몇 시간, 심지어 며칠 동안 지속되었습니다. 같은 세기의 자극을 주어도 더 강한 반응이 나왔습니다. 마치 그 경로가 사용됨으로써 더 강해진 것처럼 보였습니다. 이 현상을 장기강화, 영어로 Long-Term Potentiation, 약자로 LTP라고 부릅니다. 장기강화는 헵이 예측한 시냅스 강화의 실험적 실체였으며, 학습과 기억의 세포적 기초로 여겨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후 수십 년간의 연구는 장기강화의 핵심 신호가 바로 칼슘임을 밝혀냈습니다.

장기강화 유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NMDA 수용체라는 특별한 단백질입니다. NMDA 수용체는 글루타메이트라는 흥분성 신경전달물질의 수용체인데, 매우 특이한 성질을 가지고 있어서 헵의 원리를 분자 수준에서 구현한 장치라고 불립니다. 보통의 이온 통로, 예를 들어 AMPA 수용체는 신경전달물질이 결합하면 바로 열립니다. 글루타메이트가 오면 통로가 열리고 이온이 흐릅니다. 그러나 NMDA 수용체는 다릅니다. 글루타메이트가 결합해도 통로가 바로 열리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마그네슘 이온이 통로 입구를 막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마그네슘 차단을 해제하려면 세포막이 탈분극되어야 합니다. 막전위가 충분히 올라가면 마그네슘이 통로에서 빠져나가고, 그제야 글루타메이트가 결합한 NMDA 수용체가 열립니다. 다시 말해, NMDA 수용체가 열리려면 두 가지 조건이 동시에 충족되어야 합니다. 시냅스 전 뉴런이 활성화되어 글루타메이트를 방출해야 하고, 동시에 시냅스 후 뉴런도 다른 입력에 의해 활성화되어 탈분극 상태에 있어야 합니다. 두 뉴런이 함께 활성화될 때만 NMDA 수용체가 열립니다. 함께 발화해야 함께 연결된다는 헵의 원리가 분자 수준에서 구현된 것입니다. NMDA 수용체가 열리면 칼슘 이온이 시냅스 후 뉴런으로 유입되고, 이 칼슘이 일련의 신호전달 경로를 활성화시켜 시냅스를 강화시킵니다.

흥미로운 것은 칼슘 농도에 따라 시냅스 변화의 방향이 정반대로 달라진다는 점입니다. 높은 칼슘 농도는 장기강화를 유도합니다. 칼슘 농도가 높으면 CaMKII라고 불리는 칼슘의존성 단백질인산화효소 II가 활성화됩니다. 이 효소는 칼슘과 칼모듈린이 결합하면 활성화되는데, 일단 활성화되면 스스로를 인산화하여 칼슘이 사라진 후에도 한동안 활성 상태를 유지합니다. 활성화된 CaMKII는 시냅스 후 막에 AMPA 수용체를 더 많이 삽입시킵니다. AMPA 수용체는 글루타메이트에 의해 열리는 이온 통로이므로, 이것이 많아지면 같은 양의 글루타메이트에 더 강하게 반응하게 됩니다. 시냅스가 강화되는 것입니다. 반대로 낮은 칼슘 농도는 장기억제, 약자로 LTD를 유도합니다. 칼슘 농도가 낮으면 CaMKII 대신 칼시뉴린이라는 다른 효소가 활성화됩니다. 칼시뉴린은 탈인산화효소로, CaMKII가 하는 일의 반대를 합니다. 칼시뉴린이 활성화되면 AMPA 수용체가 시냅스에서 제거되어 시냅스가 약화됩니다. 같은 신호인 칼슘이 농도에 따라 정반대 효과를 낳는 것입니다. 이것은 시냅스가 단순히 강화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활동 패턴에 따라 양방향으로 조절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학습은 중요한 연결을 강화하는 것만이 아니라 불필요한 연결을 약화시키는 것도 포함하며, 칼슘은 이 양방향 조절의 핵심 신호입니다.

칼슘 신호는 단기적 변화를 넘어 장기적 변화도 유도합니다. 시냅스 강화가 몇 시간이나 며칠을 넘어 몇 달, 몇 년, 심지어 평생 지속되려면 무언가 더 영구적인 변화가 필요합니다. 높은 칼슘 농도는 CREB라는 전사인자를 활성화시킵니다. CREB는 세포질에서 활성화된 후 핵으로 들어가 DNA에 결합하여 특정 유전자들의 발현을 촉진합니다. 이 유전자들은 새로운 단백질을 합성하고, 합성된 단백질들은 시냅스로 운반되어 시냅스의 구조적 변화를 일으킵니다. 시냅스 후 가시돌기가 커지고, 새로운 시냅스가 형성됩니다. 뉴런의 형태 자체가 바뀌는 것입니다. 이 과정이 장기 기억의 형성에 필수적이라는 것이 여러 실험으로 확인되었습니다. 단백질 합성을 차단하는 약물을 투여하면 단기 기억은 정상적으로 형성되지만 장기 기억은 형성되지 않습니다. 학습 직후 몇 시간 동안 새로운 단백질이 합성되어야 그 기억이 영구적으로 저장됩니다. 칼슘에서 CREB로, CREB에서 유전자 발현으로, 유전자 발현에서 단백질 합성으로, 단백질 합성에서 구조적 변화로. 이 경로가 일시적인 경험을 영구적인 기억으로 전환시키며, 모든 것은 칼슘 신호에서 시작됩니다. 물론 시냅스 가소성이 장기 기억의 유일한 저장 메커니즘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논쟁이 남아 있고, 일부 연구들은 세포 수준이나 네트워크 수준의 다른 보조 메커니즘도 함께 작동할 가능성을 제기합니다. 그러나 현대 신경과학은 여전히 칼슘 의존적 시냅스 가소성을 기억 형성의 핵심 축으로 보는 데 큰 이견이 없습니다.

뇌의 역설: 신호와 독 사이에서

칼슘이 신경 신호전달과 학습에 필수적이라면, 많을수록 좋은 것 아닐까요? 직관적으로는 그렇게 생각할 수 있지만 현실은 정반대입니다. 칼슘 과부하는 신경세포를 죽입니다. 이것이 제1장에서 살펴본 칼슘의 독성이 뇌에서 가장 극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며, 흥분독성이라고 불립니다. 뇌졸중이 발생하면 혈관이 막히거나 터져서 뇌의 일부에 혈액 공급이 중단됩니다. 산소와 포도당이 부족해진 세포들은 미토콘드리아에서 ATP를 만들지 못합니다. 제1장에서 우리는 세포가 전체 에너지의 상당 부분을 칼슘 펌프 가동에 사용한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ATP가 없으면 칼슘 펌프가 작동을 멈추고, 세포는 더 이상 칼슘을 밖으로 퍼낼 수 없습니다. 동시에 에너지 부족으로 고통받는 손상된 세포에서 글루타메이트가 과다하게 방출됩니다. 정상적인 상황에서 글루타메이트 방출은 정교하게 조절되지만, 에너지가 고갈되면 이 조절이 무너집니다. 글루타메이트를 재흡수하는 펌프도 ATP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방출된 글루타메이트가 시냅스 틈에 축적됩니다.

과다한 글루타메이트는 인접 뉴런의 NMDA 수용체를 과도하게 활성화시킵니다. 정상적인 상황에서 NMDA 수용체 활성화는 학습에 필수적인 칼슘 유입을 일으키지만, 과도한 활성화는 재앙을 초래합니다. 칼슘이 대량으로 유입되는데, 이 세포들도 이미 ATP가 부족하여 유입된 칼슘을 퍼낼 수 없습니다. 칼슘 과부하가 시작됩니다. 대량 유입된 칼슘은 제1장에서 설명한 모든 독성 효과를 일으킵니다. 미토콘드리아가 칼슘을 흡수하여 완충하려 하지만 과부하 상태에서는 미토콘드리아 자체가 손상됩니다. 미토콘드리아 막에 구멍이 열리고, 시토크롬 c라는 단백질이 방출되어 카스파제 연쇄반응을 촉발하고, 세포 사멸 프로그램이 활성화됩니다. 동시에 손상된 미토콘드리아에서 활성산소종이 대량 생성되어 세포 내 분자들을 공격합니다. 단백질이 산화되고, 지질막이 손상되고, DNA가 파괴됩니다. 결과는 대규모 신경세포 사망입니다. 죽어가는 세포에서 다시 글루타메이트가 방출되어 주변 세포를 공격하고, 연쇄반응이 퍼져나갑니다. 뇌졸중 후 신경 손상의 상당 부분은 초기 혈류 차단 자체가 아니라 이후에 일어나는 흥분독성에 의해 발생합니다. 이것이 뇌졸중 치료에서 시간이 그토록 중요한 이유입니다. 빨리 혈류를 회복시켜야 흥분독성 연쇄반응을 막을 수 있습니다.

이런 급성 흥분독성과는 별도로, 알츠하이머병이나 파킨슨병 같은 만성 신경퇴행 질환에서도 칼슘 조절 실패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연구들이 계속 보고되고 있습니다. 급성 흥분독성이 홍수처럼 한꺼번에 밀려오는 재앙이라면, 만성 신경퇴행은 수십 년에 걸쳐 방울방울 떨어지는 물이 바위를 뚫는 것과 같습니다. 미세한 칼슘 조절 실패가 누적되면서 뉴런이 서서히 약화되고 사멸로 이끌립니다.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뇌에서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이 축적되면 세포막에 구멍이 생겨 칼슘이 비정상적으로 유입된다는 연구가 있고, 파킨슨병에서 도파민 뉴런이 특히 취약한 이유 중 하나가 이 뉴런들이 칼슘 의존성이 높기 때문이라는 연구도 있습니다. 고등 뇌는 칼슘 덕분에 살아 움직이지만, 동시에 칼슘 때문에 무너질 위험도 안고 있습니다. 이것이 뇌의 역설이며, 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칼슘의 역설이 가장 극적으로 나타나는 곳입니다.

이상하지 않습니까? 칼슘이 이토록 위험하다면, 왜 뇌는 칼슘을 신호 분자로 사용하는 것일까요? 더 안전한 분자는 없었을까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제1장에서 이미 살펴보았습니다. 칼슘은 위험하기 때문에 신호로서 유용합니다. 역설적으로 들리지만 논리는 명확합니다. 세포가 칼슘을 철저히 배제하기 때문에 기저 농도가 극히 낮습니다. 약 100나노몰, 세포 밖의 1만분의 1에 불과합니다. 이렇게 낮은 기저 농도는 신호 대 잡음비가 매우 높다는 의미입니다. 배경이 조용하기 때문에 신호가 또렷합니다. 칼슘 통로가 열리면 농도가 급격히 상승하여 명확한 신호를 생성하고, 신호가 왔는지 안 왔는지 헷갈릴 일이 없습니다. 뇌는 이 원리를 극한까지 활용합니다. 시냅스 전달, 학습, 기억 모두 이 칼슘 신호에 의존합니다. 대가는 위험입니다. 칼슘 조절이 실패하면 세포가 죽습니다. 그러나 진화는 이 위험을 감수하는 쪽을 선택했습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이 위험을 감수하면서 더 정교한 칼슘 조절 시스템을 발전시킨 생물들이 살아남았고, 그 후손이 우리입니다.

고등 뇌가 진화한다는 것은 이 위험과 유용성 사이의 줄타기를 더 정교하게 수행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신경세포는 여러 겹의 칼슘 제어 시스템을 가지고 있습니다. 세포막에는 칼슘 펌프인 PMCA가 있어 세포질 칼슘을 세포 밖으로 배출합니다. 소포체라는 세포 내 칼슘 저장고에는 SERCA 펌프가 있어 칼슘을 소포체 내부로 격리합니다. 미토콘드리아는 칼슘을 흡수하여 완충 역할을 합니다. 파르발부민이나 칼빈딘 같은 칼슘결합단백질은 자유 칼슘과 결합하여 유효 농도를 낮춥니다. 이 모든 시스템이 협력하여 칼슘 농도를 좁은 범위 내에서 유지합니다. 그러나 뉴런만이 칼슘을 조절하는 것은 아닙니다. 뇌에는 뉴런만큼이나 많은 아교세포, 특히 별세포라고 불리는 세포들이 있습니다. 과거에는 이 세포들이 단순히 뉴런을 지지하는 풀 정도로 여겨졌지만, 최신 연구에 따르면 이들은 뇌 환경 조절의 핵심 파트너입니다. 뉴런이 신호를 보낼 때 시냅스 틈으로 방출된 글루타메이트와 칼슘을 아교세포가 재빨리 흡수하여 청소합니다. 현대 신경과학에서는 이를 삼자 시냅스라고 부릅니다. 시냅스 전 뉴런, 시냅스 후 뉴런, 그리고 아교세포가 함께 작동하는 시스템입니다. 이 모든 시스템이 협력하여 칼슘 농도를 좁은 범위 내에서 유지합니다. 너무 낮으면 신호가 없고, 너무 높으면 세포가 죽습니다. 그 사이의 좁은 범위, 위험과 유용성이 공존하는 그 영역에서 뇌는 작동합니다.

『다윈과 게놈지도가 놓친, 진화의 실체 칼슘』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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