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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서재2026.07.0329분 읽기조회 12

모든 붕괴는 같은 다섯 단계를 밟는다

몸도 경제도 관통하는 보편 경로 법칙

D
DTDMC Lab 연구소
DTDMC 연구소
이 글은 『물리의학의 시대 선언』(윤종원) 제8장 전문입니다. 저자의 물리의학 가설을 담은 학술적 서술이며, 본문·수치·인용은 원고 그대로입니다.

앞 장까지 우리는 노화와 만성질환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그 과정을 함께 살펴보았습니다. 우리 몸에 칼슘과 영양이 부족해지고, 안에서 염증이 쌓이고, 몸 안의 환경이 산성으로 기울고, 산소의 흐름이 약해지면, 뼈에서 칼슘이 빠져나옵니다. 우리는 이 네 가지 발동 조건을 영문 머리글자를 따 DIAH라 불렀습니다. 빠져나온 칼슘은 미세혈관 벽에 미세석회로 굳습니다. 미세석회가 일정량을 넘어서면, 세포에 신호를 전하는 길과 영양과 산소가 도는 길, 두 가지 길이 동시에 막힙니다. 두 길이 함께 막히면 안에서 조용히 진행되던 문제들이 더 이상 감춰지지 않고 표면으로 드러나며, 이는 곧 일곱 가지 상태로 발현됩니다. 막히고 터지는 상태, 둔해지는 상태, 신호가 덮이는 상태, 굳어지는 상태, 넘쳐 자라는 상태, 끊어지는 상태, 무너지는 상태입니다. 우리는 이 일곱 가지 상태를 7M이라 불렀습니다.

이 과정을 따라오면서 우리는 한 가지 중요한 시각의 전환을 경험했습니다. 그동안 의학은 노화와 만성질환의 원인을 호르몬과 수용체와 신호전달 경로와 유전자에서 찾아왔습니다. 정밀하고 깊은 접근이었지만, 이것은 사건의 하류였습니다. 분자 차원의 이상이 나타나기 전에, 미세혈관 안에서 미세석회가 쌓여 흐름을 막는 물리적 사건이 먼저 일어나고 있었습니다. 생물과 화학의 하류에서 물리의 상류로, 우리의 시선이 한 칸 위로 올라간 것입니다.

그런데 한 가지 의문이 남습니다. 압박이 쌓이고, 보상이 발동되고, 두 길이 동시에 막히고, 그 결과가 표면으로 드러나는 이 다섯 단계는 의학에서만 작동하는 것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2008년 미국의 금융위기를 떠올려 보겠습니다. 가계부채와 부실 모기지가 수년에 걸쳐 조용히 쌓였습니다. 위기를 막기 위해 저축과 비상금이 녹아 나갔고, 대출이라는 이름으로 소득 경로에 고정비가 굳어 붙었습니다. 어느 시점에서 중앙은행이 금리를 내려도 시장이 반응하지 않는 상태와 부실채권이 자금 경로를 물리적으로 틀어막은 상태가 함께 성립했습니다. 그제야 실업률 급등과 연쇄 파산이 표면으로 드러났습니다. 우리 몸 안에서 본 것과 같은 다섯 단계가 한 국가의 경제 안에서 그대로 반복된 것입니다. 한 가정에서 대화가 줄고 고정비가 쌓여 관계가 무너지는 일에서도, 한 지역에서 인구가 빠지고 상권이 말라 도시가 소멸하는 일에서도, 같은 다섯 단계가 같은 순서로 진행됩니다. 우리는 이 보편적인 붕괴 법칙을 DTDMC 붕괴론이라 부릅니다.

DTDMC는 다섯 단계의 영문 머리글자입니다. D는 Determinants의 첫 글자로 요인 단계, 첫 번째 T는 Trigger로 시작 단계, 두 번째 D는 Dual blockade로 이중봉쇄 단계, M은 Manifestation으로 발현 단계, 마지막 C는 Collapse로 궤멸 단계입니다. 이 다섯 글자가 가리키는 것은 한 가지로 단순합니다. 무너지는 거의 모든 것이 따르는 공통의 경로입니다.

이 책의 제목인 「물리의학의 시대」는 이 자리에서 비로소 그 뜻이 완성됩니다. 의학이 분과별로 흩어진 임상 사실들을 한자리에 모으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의학 자체를 보편적인 물리 붕괴 법칙 위에 올려놓는 일이 이 이름이 가리키는 뜻입니다. 이 장에서는 그 법칙의 구조를 풀이합니다. 이어지는 장에서는 그 법칙이 한 사람의 몸 안에서 어떻게 발현되는지를 시간선 위에서 따라가 봅니다.

이 법칙이 비유가 아니라 검증된 사실이라는 점을 짚어 두겠습니다. 한국 351개월과 미국 339개월, 합산 690개월의 거시경제 시계열에서 다섯 단계 경로 진단법은 여섯 건의 독립 위기를 한 건의 오탐도 없이 감지했습니다. 두 길이 동시에 막힌 사례에서는 모두 시스템이 붕괴했고, 한쪽만 막힌 사례에서는 모두 시스템이 버텼습니다. 의학에서 형식화된 다섯 단계가 경제라는 전혀 다른 분야의 시계열에서도 같은 정확도로 작동한 것입니다.

이 일치는 우연이 아닙니다. 두 분야가 같은 수학적 구조를 공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의학에서 칼슘 이온이 차지하는 자리를 경제에서는 현금이 차지합니다. 의학에서 미세혈관이 차지하는 자리를 경제에서는 자금 경로가 차지합니다. 의학에서 미세석회가 굳어 붙는 자리를 경제에서는 부실채권과 고정비가 차지합니다. 매개체의 이름은 다르지만 구조는 같습니다. 이것이 다섯 단계가 분야를 넘어 작동하는 이유입니다.

이 다섯 단계에는 세 가지 본질적 특성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순서 불변성입니다. D, T, D, M, C의 순서는 결코 뒤집히지 않습니다. 시작이 발동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중봉쇄가 먼저 성립하거나, 이중봉쇄 없이 발현이 먼저 나타나는 사례는 관찰되지 않았습니다. 690개월의 경제 시계열에서도 단계의 역전은 한 건도 없었습니다.

두 번째는 비가역 가속입니다. 이 경로는 일정한 임계점을 넘는 순간 가속하면서 한 방향으로만 진행됩니다. 가속이 시작된 뒤에는 추가 침착을 막는 것만으로는 멈출 수 없습니다. 이미 쌓인 침착을 직접 제거하는 작업이 함께 따라야 합니다.

세 번째는 분야 무관성입니다. 같은 다섯 단계가 의학에서도, 경제에서도, 그 밖의 여러 분야에서도 같은 구조로 작동합니다. 이 세 가지 특성을 모두 갖춘 법칙은 자연 안에서 매우 드뭅니다.

이 장에서는 다섯 단계의 구조를 단계별로 풀이하고, 의학과 경제 두 분야에서 그 구조가 같음을 확인하고, 세 가지 본질적 특성을 짚고, 이 법칙이 어떤 수학 위에 서 있는지를 살펴봅니다. 그 풀이가 끝나면 「물리의학의 시대」라는 이름이 단순한 표현이 아니라, 의학을 보편 물리 법칙 위에 올려놓는 정식 선언이라는 사실이 분명해질 것입니다.

다섯 단계가 흐르는 길

다섯 단계의 구조를 한 자리에서 풀이합니다. 각 단계는 분명한 정의가 있고, 그 단계에서 시스템 안에 일어나는 사건이 있고, 겉으로 보이는 모습이 있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조건이 있습니다.

첫 번째 단계인 요인은 압박이 조용히 누적되는 시기입니다. 시스템은 아직 버티고 있고, 겉으로는 정상으로 보입니다. 사람의 몸에서는 결핍과 잘못된 생활 습관과 만성 스트레스가 수십 년에 걸쳐 누적됩니다. 그러나 표준 건강검진에서는 모든 수치가 정상 범위 안에 들어 있습니다. 한 국가의 경제에서는 가계부채가 늘고 재정 적자가 쌓이지만, GDP 성장률은 유지되고 신용등급은 그대로입니다. 이 단계의 가장 위험한 점은 겉에서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두 번째 단계인 트리거는 누적된 압박이 어느 임계를 넘으면서 시스템이 보상을 발동시키는 순간입니다. 보상의 본질은 한 가지로 귀결됩니다. 당장의 위기를 막기 위해 장기 자산을 녹여 쓰는 것입니다. 사람의 몸에서는 혈중 칼슘을 지키기 위해 부갑상선호르몬이 발동되어 뼈에서 칼슘을 끌어냅니다. 한 가정에서는 매달 부족한 생활비를 메우기 위해 비상금이 빠져나가고, 비상금이 마르면 보험을 해지하고, 결국 대출이 시작됩니다. 미래의 자산을 녹여 현재의 정상을 유지하는 모드로 전환된 것입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여전히 정상입니다.

세 번째 단계인 이중봉쇄는 다섯 단계의 한가운데에 있는 가장 결정적인 자리입니다. 보상이 작동하면서 부산물이 쌓이고, 그 부산물이 어느 임계를 넘으면 두 종류의 봉쇄가 함께 걸립니다. 하나는 신호가 전달되지 않는 상태입니다. 사람의 몸에서는 세포 안의 칼슘 신호가 흔들려 호르몬과 면역과 신경의 명령이 실행되지 않습니다. 한 국가의 경제에서는 중앙은행이 금리를 내려도 시장이 꿈쩍하지 않습니다. 다른 하나는 통로 자체가 막힌 상태입니다. 사람의 몸에서는 미세혈관 벽에 미세석회가 굳어 붙어 산소와 영양의 흐름이 차단됩니다. 한 국가의 경제에서는 부실채권이 자금 경로에 쌓여 새로운 대출과 결제가 막힙니다.

한쪽만 막혀 있으면 시스템은 다른 쪽으로 보상하며 버팁니다. 그러나 두 봉쇄가 동시에 걸리면 보상할 길 자체가 사라집니다. 신호가 약해지면 기능이 떨어지고, 기능이 떨어지면 통로가 더 막히고, 통로가 막히면 신호가 더 약해지는 자기강화 하락이 시작됩니다. 외부에서 충분한 개입이 없으면 이 하락은 멈추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 자리를 돌아올 수 없는 문이라 부릅니다.

네 번째 단계인 발현은 이중봉쇄가 진행되어 보상이 마침내 감당할 수 없는 지점에 이르는 시기입니다. 그동안 안에서만 진행되던 문제들이 비로소 표면으로 드러납니다. 사람의 몸에서는 혈압 상승, 혈당 이상, 만성 통증, 관절 경직과 같은 임상 증상으로 나타납니다. 한 국가의 경제에서는 실업률 급등, 소비 위축, 기업 연쇄 파산으로 나타납니다. 우리가 병원에 가거나 뉴스에서 위기를 접하는 시점이 바로 이 단계입니다. 그러나 안에서는 이미 이중봉쇄가 완성된 뒤입니다.

다섯 번째 단계인 궤멸은 발현이 계속 이어지고 개입이 충분하지 않을 때 시스템 자체가 종료되는 시기입니다. 사람의 몸에서는 세포 사멸이 조직의 기능 정지로, 조직의 기능 정지가 장기 부전으로, 장기 부전이 사망으로 이어집니다. 사망 진단서에 적히는 직접 사인은 천 가지가 넘지만, 마지막 분자 사건은 한 가지로 수렴합니다. 세포가 더 이상 칼슘 신호로 실행을 일으키지 못하는 사건입니다.

다섯 단계를 한자리에 모아 보면 한 가지 사실이 분명해집니다. 매개체와 시간 척도가 매우 달라도 구조가 같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바로 이 사실이 다섯 단계가 우주 보편 법칙으로 작동하는 근거가 됩니다.

[도표 1] DTDMC 다섯 단계의 한눈 정리

단계약호명칭본질겉으로 보이는 상태
1단계D요인 (Determinants)압박이 조용히 누적무증상, 표준 지표 정상
2단계T트리거 (Trigger)보상 발동, 장기 자산 유출 시작겉으로 정상, 보상 작동 중
3단계D이중봉쇄 (Dual blockade)신호와 통로 동시 차단, 비가역 진입미세 이상, 표준 검사 잡지 못함
4단계M발현 (Manifestation)보상 한계 초과, 손상 표면화임상 증상 가시화
5단계C궤멸 (Collapse)다축 부전, 시스템 종료회복 불가, 시스템 정지

같은 법칙, 다른 매개체

다섯 단계가 분야를 넘어 같은 구조로 작동한다는 사실을 더 자세히 들여다보겠습니다. 핵심은 한 가지입니다. 분야가 달라지면 매개체와 통로와 침착물의 이름이 달라질 뿐, 다섯 단계의 자리 자체는 그대로 보존됩니다. 무엇이 흐르고, 어디를 통해 흐르고, 무엇이 굳어 붙어 막는가. 이 세 가지 자리는 분야가 바뀌어도 그대로 유지됩니다.

사람의 몸을 먼저 놓고 봅니다. 흐르는 매개체는 칼슘 이온입니다. 통로는 미세혈관입니다. 통로 안에 굳어 붙어 흐름을 막는 것은 미세석회입니다. 칼슘이 세포 안으로 흡수되어 실행을 일으켜야 그 세포가 살아 있는 상태입니다. 미세혈관이 미세석회에 막히고, 세포가 칼슘을 흡수하지 못하는 상태가 함께 성립하면 시스템이 무너집니다.

한 국가의 경제를 같은 틀에 놓고 봅니다. 흐르는 매개체는 현금입니다. 통로는 은행 대출과 결제 시스템으로 이어지는 자금 경로입니다. 통로 안에 굳어 붙는 것은 부실채권과 고정비입니다. 현금이 골목의 가게까지 흘러 들어가 고용과 재투자를 일으켜야 경제가 살아 있는 상태입니다. 자금 경로가 부실채권에 막히고, 가게가 소비를 흡수하지 못하는 상태가 함께 성립하면 시스템이 무너집니다.

한 가정을 같은 틀에 놓으면 흐르는 것은 대화와 감정이고, 통로는 함께 보내는 일상의 시간이며, 통로 안에 굳어 붙는 것은 말해지지 않은 채로 쌓인 갈등입니다. 가족 한 사람 한 사람이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다른 가족에게 전하고 받아들여져야 가정이 살아 있는 상태입니다. 통로가 갈등에 막히고, 받아들이는 자리가 닫혀 버린 상태가 함께 성립하면 가정이 무너집니다.

한 행성의 기후를 같은 틀에 놓으면 흐르는 것은 탄소 순환이고, 통로는 산림과 해양과 습지라는 흡수원이며, 굳어 붙는 것은 대기에 누적되는 이산화탄소입니다. 영국 이스트앵글리아 대학교의 렌턴 등이 미국 국립과학원회보에 발표한 검토는 그린란드 빙상과 서남극 빙상과 아마존 열대우림을 비롯한 지구의 임계 요소들을 식별한 바 있습니다. 유엔 기후변화 정부간협의체의 제6차 평가보고서도 대기 중 탄소 누적이 일정 한도를 넘으면 비가역적 결과가 이어진다는 사실을 정리했습니다.

분야마다 흐르는 것의 이름이 다르고, 통로의 이름이 다르고, 굳어 붙는 것의 이름이 다릅니다. 그러나 구조는 같습니다. 이 같음이 다섯 단계가 분야를 넘어 작동하는 근거입니다.

[도표 2] 다섯 단계의 분야별 매개체 매핑

자리사람의 몸한 국가의 경제한 가정한 행성의 기후
흐르는 매개체칼슘 이온현금대화·감정탄소 순환
통로미세혈관자금 경로일상의 시간·함께하는 자리산림·해양·습지 흡수원
침착물미세석회부실채권·고정비말해지지 않은 갈등대기 누적 이산화탄소
본질단위세포 한 개골목 가게 한 곳부부 한 쌍의 매일의 만남지구 임계 요소
봉쇄가 성립한 결과다축 장기 부전시스템 붕괴·국가 부도관계 단절·해체비가역 임계점 통과

이 구조적 일치가 실측으로 확인된 증거가 있습니다. 한국 351개월과 미국 339개월, 합산 690개월의 거시경제 시계열에서 다섯 단계 경로 진단법은 여섯 건의 독립 위기를 한 건의 오탐도 없이 감지했습니다. 한국 외환위기, 한국의 신용카드 부실 사태,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에서는 두 봉쇄가 함께 성립했고, 시스템은 본격적으로 붕괴했습니다. 반면 미국 닷컴 거품 붕괴, 미국 신용등급 강등, 미국의 급격한 금리 인상에서는 한쪽 봉쇄에 그쳤고, 시스템은 버텼습니다. 코로나19 충격은 외부에서 갑자기 들이닥친 위기였지만, 두 봉쇄가 함께 성립한 순간 시스템은 단기간에 붕괴했습니다.

미국 하버드 대학교의 라인하트와 로고프는 8세기에 걸친 금융 위기의 역사를 정리한 저작에서, 위기는 매번 다른 얼굴로 나타나지만 그 안에 같은 구조가 반복된다는 사실을 광범위한 실증으로 보여 준 바 있습니다. 다섯 단계는 그 반복되는 구조의 정식 형식을 정리한 것입니다. 의학에서 출발한 다섯 단계가 경제라는 전혀 다른 분야의 690개월 시계열에서 같은 정확도로 작동했다는 사실은, 이것이 의학만의 모형이 아니라 분야를 넘는 법칙임을 가리킵니다.

[도표 3] 다섯 단계 진단 시스템이 690개월 시계열에서 분류한 주요 사례

사례시점분야봉쇄 유형결과
한국 외환위기1997한국 거시경제이중봉쇄본격 붕괴
미국 닷컴 거품 붕괴2001미국 거시경제단일봉쇄버팀
한국 신용카드 부실2003한국 거시경제이중봉쇄본격 붕괴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2008미국 거시경제이중봉쇄본격 붕괴
미국 신용등급 강등2011미국 거시경제단일봉쇄버팀
코로나19 충격2020양국 거시경제이중봉쇄 (외생)당월 진단·단기 붕괴
미국 금리 충격2022미국 거시경제단일봉쇄버팀

다섯 단계의 세 본질적 특성

다섯 단계가 단순한 모형이 아니라 우주 보편 법칙으로 자리잡는 근거는 세 가지 본질적 특성에 있습니다. 순서 불변성, 비가역 가속, 분야 무관성입니다. 이 세 가지를 한자리에 짚어 두면 다섯 단계가 어떤 무게를 가진 법칙인지 분명해집니다.

첫 번째 특성은 순서 불변성입니다. D, T, D, M, C의 순서는 뒤집히지 않습니다. 트리거가 발동하지 않았는데 이중봉쇄가 먼저 성립하는 사례, 이중봉쇄 없이 발현이 먼저 나타나는 사례, 발현 없이 궤멸이 도래하는 사례는 어디에서도 관찰되지 않았습니다. 690개월의 경제 시계열에서 단계의 역전은 한 건도 없었습니다. 의학에서도 같습니다. DIAH 트리거가 당겨지지 않은 상태에서 미세석회 이중봉쇄가 성립하지 않고, 이중봉쇄 없이 7M이 표면화되지 않습니다.

이 순서 불변성은 진단에서 매우 강력한 도구가 됩니다. 7M 가운데 어느 하나가 임상에서 관찰되면, 그 앞의 모든 단계가 이미 진행되어 있다는 사실이 자동으로 따라옵니다. 한 환자에게서 보이는 발현은 표면일 뿐, 그 표면 아래에는 이미 이중봉쇄가, 그 아래에는 트리거가, 가장 깊은 곳에는 누적된 요인이 자리하고 있는 것입니다.

두 번째 특성은 비가역 가속입니다. 다섯 단계는 일정한 임계점을 넘는 순간 가속하면서 한 방향으로만 진행됩니다. 임계점 이전에는 시스템이 양방향의 가능성을 모두 가지고 있고, 압력을 거두면 원래 자리로 돌아갑니다. 그러나 임계점을 넘는 순간, 시스템은 한 방향으로만 가속됩니다.

이 가속의 물리적 근거는 비선형 누적에 있습니다. 표준 심혈관 생리학 교과서가 정리하는 바와 같이, 사람 몸의 미세혈관 안에서 흐름은 관의 반지름의 네 제곱에 비례합니다. 19세기 프랑스의 푸아즈유가 정리한 이 법칙에 따르면, 관의 반지름이 절반으로 줄어들면 흐름은 16분의 1로 줄어듭니다. 관이 조금 좁아진 것 같은데 흐름은 급격히 줄어듭니다. 위기가 서서히 진행되다가 갑자기 닥치는 것처럼 느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세 번째 특성은 분야 무관성입니다. 같은 다섯 단계가 의학에서도, 경제에서도, 그 밖의 여러 분야에서도 같은 구조로 작동합니다. 이 일치가 가능한 이유는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분야마다 매개체의 이름은 다르지만 구조가 같기 때문입니다.

이 세 가지 특성을 모두 갖춘 법칙은 자연 안에서 드뭅니다. 열역학 제2법칙은 분야를 넘어 작동하지만 다섯 단계의 순서를 말하지는 않습니다. 셰퍼와 동료 연구자들이 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한 임계 전이 이론은 임계점의 위치를 정밀하게 짚었지만, 그 임계점에 이르기까지의 전체 경로를 말하지는 않습니다. 미국의 경제학자 민스키가 정리한 금융 불안정성 가설은 경제 안에서 내부 축적이 어떻게 위기를 낳는가를 보였지만, 의학이나 기후에 곧바로 적용되지는 않습니다.

다섯 단계는 이 세 자리를 모두 채웁니다. 순서를 명시하고, 가속의 비가역성을 정리하고, 분야를 넘어 작동합니다. 이 자격이 다섯 단계를 우주 보편 법칙으로 만듭니다. 그리고 이 자격이 의학을 그 법칙 위에 올려놓는 일을 가능하게 합니다.

[도표 4] 다섯 단계의 세 본질적 특성

특성정의검증·근거의의
순서 불변성D, T, D, M, C 순서가 뒤집히지 않음690개월 시계열에서 역전 0건한 자리의 모습이 앞의 모든 자리를 동시에 가리킴
비가역 가속임계점 통과 후 한 방향 가속 진행트리거 강도의 거듭제곱(약 4)에 비례한 침착추가 침착 차단만으로는 멈출 수 없음
분야 무관성분야를 넘어 같은 형식 작동의학·경제 두 분야에서 같은 곱셈 구조 확인보편 법칙의 자격 충족

왜 곱셈인가 : 이중봉쇄의 보편 수학

다섯 단계의 한가운데에 있는 이중봉쇄는 하나의 단순하지만 강력한 수학 위에 서 있습니다. 곱셈입니다. 신호 봉쇄와 통로 봉쇄가 곱셈으로 결합한다는 사실이 다섯 단계의 핵심을 이룹니다.

곱셈이라는 형식의 성질을 먼저 짚어 봅니다. 두 숫자를 곱할 때, 한쪽이 0에 가까우면 다른 쪽이 아무리 크더라도 곱은 0에 가깝습니다. 두 숫자가 모두 충분히 커야 곱이 의미 있는 크기가 됩니다. 이 단순한 원리가 이중봉쇄에서 결정적으로 작동합니다.

이 곱셈의 형식은 자연 안에서 흔히 관찰되는 동시 조건의 수학입니다. 화재가 일어나려면 연료와 산소와 점화원이 동시에 있어야 합니다. 셋 가운데 하나만 빠져도 불은 나지 않습니다. 이중봉쇄도 같은 구조입니다.

사람의 몸에서 이 곱셈이 어떻게 나타나는지 봅니다. 미세혈관에 미세석회가 쌓여 통로가 좁아지는 것이 한쪽 값입니다. 세포 안의 칼슘 신호가 흔들려 명령이 실행되지 않는 것이 다른 쪽 값입니다. 한쪽만 진행되면 시스템은 다른 쪽으로 보상합니다. 통로가 좁아져도 신호가 살아 있으면 우회 경로가 작동하고, 신호가 약해져도 통로가 열려 있으면 보상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두 값이 동시에 커지면 우회할 경로도 없고 우회 명령을 내릴 신호도 없는 상태가 됩니다.

경제에서도 같은 곱셈이 작동합니다. 부실채권이 자금 경로에 쌓여 새 대출이 차단되는 것이 한쪽 값이고, 중앙은행이 금리를 내려도 시장이 반응하지 않는 것이 다른 쪽 값입니다. 미국 프린스턴 대학교의 브런너마이어가 미국 경제 학술지에 발표한 분석은 2007년에서 2008년 사이의 유동성 위기와 신용 경색이 정확히 이 두 값이 동시에 커진 자리에서 발생했음을 정리한 바 있습니다.

이 곱셈 구조에는 한 가지 더 중요한 뜻이 있습니다. 회복도 곱셈이라는 것입니다. 침착이 더 쌓이지 않게 막는 일을 억제라 하고, 이미 쌓인 침착을 물리적으로 없애는 일을 제거라 합니다. 억제만 진행되면 시간을 벌 뿐 비가역을 막지 못합니다. 제거만 진행되면 일시적으로 나아지지만 원인이 남아 있어 다시 쌓입니다. 억제와 제거가 함께 진행되어야 비로소 회복이 가능합니다.

[도표 5] 회복은 왜 두 변수의 동시 작동이 필요한가

시나리오추가 침착 억제기존 침착 제거결과의학에서의 사례
A. 무개입없음없음궤멸로 진행경고 무시
B. 억제만있음없음시간만 지연, 막지 못함약물 평생 복용에 그침
C. 제거만없음있음일시 회복, 재발스텐트 시술 후 재협착
D. 동시있음있음회복 가능시술과 원인 차단의 결합

이 표가 보여주는 사실은 분명합니다. 평생 약을 먹어도 낫지 않는 이유, 양적 완화로 추가 부실은 막히지만 누적된 부실이 그대로 남아 회복이 더딘 이유, 부부 상담에서 새로운 갈등은 줄어들지만 이미 굳어 버린 갈등이 남아 관계가 회복되지 않는 이유가 모두 같은 자리에서 설명됩니다. 한쪽만 작동했기 때문입니다.

곱셈이라는 구조가 분야를 넘어 같은 방식으로 작동한다는 사실이 다섯 단계의 보편성을 마지막으로 받쳐 줍니다. 봉쇄도 곱셈이고, 회복도 곱셈입니다. 매개체가 다르고 시간 척도가 달라도, 곱셈의 구조는 그대로 보존됩니다.

이 법칙이 채우는 빈자리

다섯 단계가 보편 법칙이라면, 이미 있는 과학 법칙들과 어떤 관계에 있는지를 짚어 둘 필요가 있습니다. 같은 말을 다른 언어로 반복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열역학 제2법칙은 외부에서 충분한 에너지가 들어오지 않으면 시스템 안의 무질서가 증가한다고 말합니다. 어느 방향으로 무너지는가에 대한 답입니다. 그러나 어떤 순서로 무너지는가는 말하지 않습니다.

셰퍼와 동료 연구자들이 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한 임계 전이 이론은 시스템이 임계점에 가까워질 때 보내는 사전 신호가 있다고 말합니다. 임계점이 어디인가에 대한 답입니다. 그러나 시스템이 그 임계점에 이르기까지 어떤 경로를 거치는가는 말하지 않습니다.

민스키가 정리한 금융 불안정성 가설은 안정의 시기에 부채가 쌓이고, 그 부채가 한계를 넘으면 위기가 터진다고 말합니다. 경제 안에서 내부 축적이 어떻게 위기를 낳는가에 대한 답입니다. 그러나 이 가설은 경제라는 한 분야 안에서만 작동하며, 의학이나 기후에 곧바로 적용되지는 않습니다.

오스트리아의 생물학자 베르탈란피가 정리한 일반 시스템 이론은 시스템 일반의 원리를 짚었습니다. 그러나 시스템이 무너질 때의 구체적인 경로는 다루지 않았습니다.

다섯 단계는 이 법칙들이 답하지 않은 한 가지 질문에 답합니다. 시스템이 무너질 때 어떤 단계 다음에 어떤 단계가 오는가, 어느 자리가 돌아올 수 없는 전환점이 되는가, 그 흐름이 분야를 넘어 어디까지 같은가의 질문입니다.

다섯 단계는 기존 법칙들과 경쟁하지 않습니다. 열역학이 가리키는 방향과 같은 방향으로 진행하고, 셰퍼가 짚은 임계점을 다섯 단계 가운데 세 번째 자리에 위치시키고, 민스키의 축적을 첫 번째 자리에 위치시킵니다. 기존 법칙들이 채우지 않은 빈자리를 채우면서 함께 작동하는 것입니다.

이 자리매김이 가능해지는 이유는 다섯 단계가 갖춘 세 본질적 특성에 있습니다. 순서 불변성이 단계 사이의 인과를 명시하고, 비가역 가속이 임계점 이후의 흐름을 정리하고, 분야 무관성이 의학과 경제, 그리고 그 밖의 분야를 같은 형식 위에 올려놓습니다.

[도표 6] 다섯 단계가 채우는 자리 : 기존 거대 이론과의 비교

이론답하는 질문답하지 않는 질문
열역학 제2법칙어느 방향으로 무너지는가 (엔트로피 증가)어떤 순서로 무너지는가
임계 전이 이론 (셰퍼)임계점이 어디에 있고 어떤 사전 신호가 있는가임계점까지 시스템이 거치는 전체 경로
금융 불안정성 가설 (민스키)경제 안에서 내부 축적이 어떻게 위기로 이어지는가경제 외 다른 분야에 적용되는가
일반 시스템 이론 (베르탈란피)시스템 일반의 원리는 무엇인가시스템이 무너질 때의 구체적 경로
다섯 단계 (DTDMC)어떤 순서로 무너지고, 분야를 넘어 어떻게 같은 형식인가:

물리의학의 자리

이 장에서 풀어 본 다섯 단계가 보편 법칙이라는 사실은, 「물리의학의 시대」라는 이 책의 제목이 무엇을 뜻하는가를 마지막으로 분명하게 만듭니다. 의학을 분자 차원의 사실들을 모으는 학문에 머물게 하지 않고, 보편적인 물리 붕괴 법칙 위에 올려놓는 일이 이 이름이 가리키는 뜻입니다.

지금까지 의학은 분자 차원에서 가장 깊은 모습을 보여 주었습니다. 호르몬과 수용체, 신호전달 경로와 유전자. 분과 의학은 각자의 영역에서 검증된 사실을 정리해 왔습니다. 그러나 그 영역들은 사건의 하류였습니다. 같은 시기에 한 사람의 몸 안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이 한 자리에서 설명되려면, 그 하류 너머의 한 층이 필요했습니다. 그 한 층의 이름이 물리이고, 그 물리 층 위에 자리한 의학의 이름이 물리의학입니다.

이 자리매김은 의학을 더 작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더 크게 만듭니다. 분과 의학이 정리해 온 모든 검증된 사실이 다섯 단계 위에서 자기 자리를 찾습니다. 결핍과 염증과 산증과 저산소는 두 번째 단계에 자리하고, 미세혈관 미세석회 이중봉쇄는 세 번째 단계의 한가운데에 자리하고, 일곱 가지 손상 패턴은 네 번째 단계에 자리합니다. 흩어져 있던 사실들이 한 줄기 위에서 이어집니다.

동시에 의학은 이 자리매김을 통해 다른 분야와 같은 구조 위에 서게 됩니다. 한 사람의 만성질환을 진단하는 일과 한 국가의 거시경제 위기를 진단하는 일이 같은 다섯 단계의 구조 위에서 함께 작동합니다. 의학이 고립된 학문이 아니라, 보편 물리 법칙의 한 자리에서 작동하는 학문이라는 사실이 분명해집니다.

이어지는 장에서는 이 다섯 단계가 한 사람의 몸 안에서 어떻게 발현되는지를 시간선 위에서 따라가 봅니다. 이 책의 첫머리에서 만났던 한 어머니의 30년입니다. 30년 전 그 몸이 건강검진에서 정상으로 나왔을 때, 첫 번째 단계는 이미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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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의학의 시대 선언』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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