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다윈과 게놈지도가 놓친, 진화의 실체 칼슘』(윤종원) 제10장 전문입니다. 본문·수치·인용은 원고 그대로입니다.
서론: 위대한 발견, 그리고 남겨진 질문
1859년, 찰스 다윈은 「종의 기원」을 통해 인류의 세계관을 뒤흔드는 발견을 세상에 내놓았습니다. 생물은 신이 창조한 불변의 존재가 아니라, 오랜 시간에 걸쳐 변화해 왔으며, 그 변화의 원동력은 자연선택이라는 것이었습니다.
환경에 더 잘 적응한 개체가 살아남아 더 많은 자손을 남기고, 그 과정이 세대를 거듭하면서 종 전체의 특성이 바뀌어 간다는 이 단순하면서도 강력한 원리는, 생명의 다양성과 적응을 설명하는 통합적인 틀을 제공했습니다. 다윈의 발견은 생물학을 넘어 철학, 심리학, 사회학에까지 영향을 미쳤고, 오늘날에도 진화론은 생명과학의 중심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러나 다윈 자신도 인정했듯이, 그의 이론에는 중요한 빈자리가 있었습니다. 자연선택이 "무엇이 선택되는가"를 설명했다면, "그 선택된 특성이 어떻게 다음 세대로 전달되는가", 그리고 "전달된 정보가 어떻게 실제로 몸을 만들어내는가"는 다윈이 답할 수 없었던 질문이었습니다. 다윈 시대에는 유전의 물질적 기반이 알려져 있지 않았고, 발생과 발달의 메커니즘도 거의 이해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20세기에 들어 멘델의 유전법칙이 재발견되고, 왓슨과 크릭이 DNA의 이중나선 구조를 밝혀내면서 유전의 비밀이 풀렸지만, "DNA에 담긴 정보가 어떻게 살아 있는 몸으로 번역되는가"라는 질문은 여전히 완전히 답해지지 않은 채 남아 있습니다. 이 장에서는 다윈이 발견한 것과 발견하지 못한 것을 짚어 보고, DNA 발견 이후에도 남아 있는 빈자리가 무엇인지 살펴본 뒤, 칼슘 실행코드가 그 빈자리를 어떻게 채울 수 있는지 탐구해 보겠습니다.
다윈이 발견한 것
다윈의 핵심 통찰은 자연선택이라는 메커니즘이었습니다. 모든 생물은 생존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자손을 낳고, 자손들 사이에는 변이가 존재하며, 그 변이 중 일부는 생존과 번식에 유리하고 일부는 불리합니다. 유리한 변이를 가진 개체는 더 오래 살아남아 더 많은 자손을 남기고, 그 자손들도 같은 변이를 물려받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세대가 거듭될수록 유리한 변이가 집단 내에서 퍼져 나갑니다. 이 과정이 충분히 오래 지속되면 종의 특성 자체가 변화하고, 심지어 새로운 종이 탄생하기도 합니다.
이 원리의 힘은 그것이 설명할 수 있는 범위의 넓이에 있습니다. 왜 기린의 목이 긴지, 왜 북극곰의 털이 흰지, 왜 선인장에 가시가 있는지, 왜 공작의 꼬리가 화려한지, 이 모든 질문에 자연선택은 일관된 답을 제공합니다. 긴 목을 가진 기린이 높은 나뭇잎을 먹을 수 있어 생존에 유리했고, 흰 털을 가진 곰이 눈 속에서 사냥에 유리했으며, 가시를 가진 선인장이 초식동물에게 먹히지 않아 생존에 유리했고, 화려한 꼬리를 가진 공작이 암컷의 선택을 받아 번식에 유리했다는 것입니다. 여러 진화생물학 연구기관에 따르면, 자연선택은 생명의 다양성과 적응을 설명하는 가장 강력하고 포괄적인 이론으로, 15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수많은 증거에 의해 뒷받침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다윈의 이론은 "왜 변하는가"에는 답했지만, "어떻게 변하는가"에는 답하지 못했습니다. 기린의 목이 길어지는 것이 유리하다는 것은 알겠는데, 그 긴 목은 실제로 무엇으로 만들어지는 것일까요? 어떤 재료로, 어떤 과정을 거쳐, 어떤 신호에 의해 목뼈가 더 길게 자라는 것일까요? 부모의 특성이 자손에게 전달된다는 것은 알겠는데, 무엇이 전달되는 것이고, 그것이 어떻게 새로운 몸을 만들어내는 것일까요? 다윈 시대에는 이 질문들에 답할 수 있는 지식이 없었습니다. 다윈은 "젬뮬"이라는 가상의 입자가 몸 전체에서 만들어져 생식세포로 모인다는 가설을 제안했지만, 이는 나중에 틀린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멘델에서 DNA까지
다윈이 「종의 기원」을 출판한 것과 거의 같은 시기에, 오스트리아의 수도사 그레고어 멘델은 완두콩 교배 실험을 통해 유전의 법칙을 발견하고 있었습니다. 멘델은 부모의 특성이 섞이는 것이 아니라, 개별적인 "인자"로 전달된다는 것을 알아냈습니다. 그러나 멘델의 연구는 당시에는 거의 주목받지 못했고, 1900년대 초에 재발견되면서 비로소 유전학의 토대가 되었습니다.
20세기 전반에 걸쳐 과학자들은 이 유전 인자가 염색체에 있다는 것을 알아냈고, 염색체 안에서 유전 정보를 담고 있는 물질이 DNA라는 것을 밝혀냈습니다. 그리고 1953년, 제임스 왓슨과 프랜시스 크릭이 DNA의 이중나선 구조를 발견하면서, 유전의 물질적 기반이 마침내 드러났습니다. DNA는 아데닌, 티민, 구아닌, 시토신이라는 네 가지 염기가 긴 사슬로 연결된 분자이고, 이 염기의 서열이 유전 정보를 담고 있으며, DNA가 복제되면서 그 정보가 다음 세대로 전달된다는 것이었습니다.
1958년에 크릭이 제안한 "중심 원리"는 DNA에서 RNA로, RNA에서 단백질로 정보가 흐른다고 설명했습니다. DNA의 염기 서열이 RNA로 전사되고, RNA의 정보에 따라 아미노산이 연결되어 단백질이 만들어지며, 이 단백질들이 세포의 구조와 기능을 담당한다는 것입니다. 이로써 "무엇이 전달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 나왔습니다. 부모에서 자손으로 전달되는 것은 DNA이고, DNA에는 단백질을 만드는 정보가 담겨 있으며, 단백질이 몸을 만든다는 것입니다.
여러 분자생물학 연구기관에 따르면, DNA의 발견과 중심 원리의 확립은 생물학의 혁명이었고, 이후 수십 년간 유전공학, 게놈 프로젝트, 유전자 치료 등 엄청난 발전을 가능하게 했습니다. 그러나 이 발견들로도 여전히 답해지지 않는 질문이 남아 있었습니다. DNA에 담긴 정보가 어떻게 살아 있는 몸으로 번역되는가 하는 질문이었습니다.

설계도와 실행 사이의 간극
DNA를 생명의 설계도에 비유하는 것은 매우 흔한 일입니다. 그러나 이 비유를 조금만 깊이 생각해 보면, 설계도만으로는 집이 지어지지 않는다는 분명한 사실과 마주하게 됩니다. 아무리 정교한 건축 설계도가 있어도, 실제로 벽돌을 쌓고 배관을 연결하고 전선을 깔고 페인트를 칠하는 과정이 없으면 집은 종이 위의 선으로 남을 뿐입니다. 설계도는 "무엇을 만들 것인가"를 지정하지만, "언제, 어디서, 어떻게 만들 것인가"는 설계도만으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이 점을 더 분명히 하기 위해, 베토벤의 교향곡 9번 악보를 생각해 봅시다. 악보에는 모든 음표가 적혀 있습니다. 어떤 악기가 어떤 음을 연주해야 하는지, 음의 길이와 세기, 쉼표의 위치까지 모두 지정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악보만 있다고 음악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오케스트라가 있어야 하고, 지휘자가 있어야 합니다. 같은 악보라도 어떤 지휘자가 이끄느냐에 따라, 어떤 템포로, 어떤 강약으로, 어떤 해석으로 연주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음악이 됩니다. 카라얀이 지휘하는 베토벤과 번스타인이 지휘하는 베토벤은 같은 악보를 사용하지만 다른 음악입니다. 악보는 "무엇을 연주할 것인가"를 지정하지만, "어떻게 연주할 것인가"는 지휘자와 연주자에 의해 결정됩니다.

DNA와 생명의 관계도 이와 비슷합니다. DNA에는 어떤 단백질을 만들 것인지에 대한 정보가 담겨 있습니다. 그러나 "언제 그 단백질을 만들 것인가", "어디서 만들 것인가", "얼마나 많이 만들 것인가", "어떤 순서로 만들 것인가"는 DNA 서열만으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같은 DNA를 가진 세포가 뇌세포가 되기도 하고 심장세포가 되기도 하며, 같은 유전자가 어떤 상황에서는 켜지고 어떤 상황에서는 꺼집니다. 여러 발생생물학 연구기관에 따르면, 인간의 모든 세포는 동일한 DNA를 가지고 있지만, 그 DNA에서 어떤 유전자가 발현되느냐에 따라 200가지 이상의 서로 다른 세포 유형이 만들어집니다. DNA가 악보라면, 무엇인가가 지휘자 역할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 지휘자는 무엇일까요? 무엇이 DNA의 정보를 읽어서, 적절한 시간에, 적절한 장소에서, 적절한 양만큼 단백질이 만들어지도록 지시하는 것일까요? 무엇이 수정란 하나가 수십 조 개의 세포로 분열하고, 그 세포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각자의 역할을 맡아 하나의 통합된 유기체가 되도록 조율하는 것일까요? 이 책이 제안하는 답은 칼슘입니다.
칼슘이 실행한다
칼슘이 생명의 지휘자라는 주장은 갑자기 튀어나온 것이 아닙니다. 이미 수십 년간 세포생물학, 발생생물학, 신경과학, 심장학 등 여러 분야에서 축적된 연구들이 칼슘 신호의 중요성을 보여주고 있으며, 이 책은 그 조각들을 하나의 그림으로 연결하려는 시도입니다. 생명의 주요 순간들을 하나씩 살펴보면, 그 순간마다 칼슘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생명의 시작인 수정 순간을 보겠습니다. 정자가 난자에 도달해 세포막을 뚫고 들어가면, 난자 안에서 칼슘 파동이 일어납니다. 이 칼슘 파동은 난자의 한쪽 끝에서 시작해 물결치듯 전체로 퍼져 나가는데, 여러 생식생물학 연구기관에 따르면 이 칼슘 파동이 없으면 난자는 활성화되지 않고, 발생이 시작되지 않습니다. 정자와 난자가 만났다는 "정보"는 DNA의 결합으로 전달되지만, 그 정보를 받아 "지금 발생을 시작하라"는 명령을 실행하는 것은 칼슘 신호입니다. 칼슘 파동이 난자를 깨우고, 세포 분열의 첫 단추를 끼우는 것입니다.
세포 분열 과정에서도 칼슘은 핵심 역할을 합니다. 세포 주기의 각 단계, 즉 G1기에서 S기로, S기에서 G2기로, G2기에서 M기로 넘어가는 전환점마다 칼슘 신호가 관여합니다. 칼슘은 칼모듈린이라는 단백질과 결합하여 여러 효소를 활성화시키고, 이 효소들이 세포 주기를 조절하는 유전자들의 스위치를 켜고 끕니다. 여러 세포생물학 연구기관에 따르면, 칼슘 신호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세포 분열이 멈추거나 비정상적으로 진행되어 암과 같은 질병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세포 분화 과정은 더욱 인상적입니다. 같은 DNA를 가진 세포가 어떻게 신경세포가 되기도 하고 근육세포가 되기도 하며 뼈세포가 되기도 할까요? 이것은 후성유전학의 영역으로, DNA 메틸화나 히스톤 변형 같은 화학적 표지가 유전자의 발현을 조절합니다. 그런데 여러 후성유전학 연구기관에 따르면, 이 후성유전적 변화의 상당 부분이 칼슘 신호에 의해 촉발됩니다. 예를 들어, NFAT라는 전사인자는 평소에는 세포질에 있다가, 칼슘 농도가 올라가면 칼시뉴린이라는 효소에 의해 탈인산화되어 핵으로 들어가 특정 유전자들을 활성화시킵니다. 어떤 유전자가 활성화되느냐는 칼슘 신호의 패턴, 즉 칼슘 농도가 얼마나 높이 올라가는지, 얼마나 자주 올라가는지, 얼마나 오래 유지되는지에 따라 달라집니다.
1998년에 발표된 중요한 연구에 따르면, 칼슘 진동의 주파수가 다르면 서로 다른 전사인자가 활성화된다고 합니다. 분당 2회의 느린 칼슘 진동은 NF-κB라는 전사인자를 활성화시키고, 분당 10회의 빠른 칼슘 진동은 NFAT를 활성화시킵니다. 같은 세포, 같은 DNA, 같은 칼슘 이온인데, 진동의 리듬이 다르면 전혀 다른 유전자가 켜지는 것입니다. 이것은 마치 모스 부호와 같습니다. 점과 선의 조합이 다르면 전혀 다른 메시지가 되듯, 칼슘 진동의 패턴이 다르면 전혀 다른 유전자 프로그램이 실행됩니다. DNA가 "무엇을 만들 수 있는가"를 지정한다면, 칼슘 신호는 "지금 여기서 무엇을 만들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입니다.
뼈가 만들어지는 과정도 칼슘의 이중 역할을 잘 보여줍니다. 줄기세포가 뼈세포로 분화할 때, 칼슘 신호가 Runx2와 Osterix 같은 핵심 전사인자를 활성화시킵니다. 분화된 조골세포가 콜라겐을 분비할 때도 칼슘 신호가 필요하고, 그 콜라겐 위에 하이드록시아파타이트 결정이 침착될 때 재료로 사용되는 것도 칼슘입니다. 즉, 칼슘은 뼈를 만들라는 명령을 전달하는 신호이자, 뼈를 만드는 재료이기도 합니다. 신호와 재료, 지휘자와 악기,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는 것입니다.
신경계의 발달과 작동에서 칼슘의 역할은 더욱 결정적입니다. 뇌에는 약 860억 개의 신경세포가 있고, 이 신경세포들 사이에는 수백 조 개의 시냅스 연결이 있다고 여러 신경과학 연구기관에서 추정합니다. 신경세포가 신호를 전달할 때, 전기 신호가 축삭 말단에 도달하면 전압 의존성 칼슘 채널이 열리고, 칼슘 이온이 세포 안으로 쏟아져 들어옵니다. 이 칼슘이 시냅스 소포를 세포막과 융합시켜 신경전달물질을 방출하게 하고, 이 신경전달물질이 다음 신경세포를 자극합니다. 칼슘 없이는 시냅스 전달이 일어나지 않고, 시냅스 전달 없이는 생각도, 감정도, 기억도, 의식도 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뇌가 발달하는 과정에서 신경세포의 축삭이 정확한 목표를 찾아가는 것도 칼슘 신호에 의해 안내됩니다. 시냅스 연결의 강도가 조절되어 학습과 기억이 형성되는 것도, 장기강화와 장기억제라고 불리는 이 과정도 칼슘 농도의 변화에 의해 결정됩니다. 높은 칼슘 농도는 시냅스를 강화하고, 낮은 칼슘 농도는 시냅스를 약화시킵니다. 우리가 무엇인가를 배우고 기억하는 것, 그것이 가능한 이유는 칼슘 신호가 시냅스의 강도를 조절하기 때문입니다. 여러 신경과학 연구기관에 따르면, 의식이라는 현상 자체가 수많은 신경세포들 사이의 동기화된 활동에서 창발하는 것이고, 그 동기화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칼슘 기반의 시냅스 전달입니다. 칼슘은 문자 그대로 생각의 매개체인 것입니다.
두 개의 코드: 설계코드와 실행코드
이제 우리는 생명에 두 개의 코드가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하나는 DNA 설계코드이고, 다른 하나는 칼슘 실행코드입니다.

DNA 설계코드는 유전 정보를 담고 있습니다. 어떤 단백질을 만들 수 있는지, 그 단백질의 아미노산 서열은 무엇인지가 ATGC 네 글자의 조합으로 적혀 있습니다. 이 정보는 부모에서 자손으로 전달되고, 세대를 거치면서 돌연변이에 의해 조금씩 변하며, 자연선택의 대상이 됩니다. DNA 설계코드는 진화의 기록이자, 생명의 가능성의 목록입니다. 수십억 년에 걸쳐 축적된 정보가 담겨 있으며, 세대를 넘어 전달됩니다.
칼슘 실행코드는 실행 정보를 담고 있습니다. "언제, 어디서, 얼마나" 유전자를 발현시킬 것인지, 세포를 분열시킬 것인지, 분화시킬 것인지, 사멸시킬 것인지를 결정합니다. 이 정보는 DNA처럼 서열로 적혀 있는 것이 아니라, 칼슘 신호의 시공간적 패턴으로 표현됩니다. 칼슘 농도가 얼마나 높이 올라가는지, 얼마나 자주 올라가는지, 얼마나 오래 유지되는지, 세포 내 어느 위치에서 올라가는지가 모두 정보를 담고 있습니다. 같은 DNA를 가진 세포가 서로 다른 칼슘 신호를 받으면 서로 다른 세포가 되고, 같은 세포가 서로 다른 칼슘 패턴을 경험하면 서로 다른 유전자를 발현합니다. 칼슘 실행코드는 세대를 넘어 전달되는 것이 아니라, 순간순간 생성되어 지금 여기의 생명을 실행합니다.
DNA 설계코드와 칼슘 실행코드의 관계는 상호 의존적입니다. DNA가 없으면 칼슘 채널도, 칼슘 펌프도, 칼슘 결합 단백질도 만들어지지 않으니, 칼슘 실행코드 자체가 작동할 수 없습니다. 반대로 칼슘 신호가 없으면 DNA에 담긴 정보가 적절한 시간과 장소에서 발현되지 않으니, DNA는 아무것도 만들어내지 못하는 죽은 문서가 됩니다. DNA 설계코드가 악보라면 칼슘 실행코드는 지휘자이고, DNA 설계코드가 레시피라면 칼슘 실행코드는 요리사이며, DNA 설계코드가 설계도라면 칼슘 실행코드는 건축 현장의 감독입니다. 둘 중 하나만 있어서는 생명이 될 수 없고, 둘이 함께 있을 때 비로소 살아 있는 유기체가 됩니다.
흥미롭게도, 진화의 역사를 보면 칼슘 실행코드가 DNA 설계코드보다 먼저 등장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여러 진화생물학 연구기관에 따르면, 가장 원시적인 생명체에서도 칼슘 신호 시스템이 발견되며, 일부 학자들은 DNA와 RNA가 등장하기 전에 칼슘 이온이 이미 화학 반응을 조절하는 역할을 했을 것이라고 추측합니다. DNA 설계코드가 정교화되면서 칼슘 실행코드도 함께 정교화되었고, 칼슘 채널의 종류가 늘어나고, 칼슘 결합 단백질이 다양해지면서, 더 복잡한 칼슘 신호 패턴이 가능해졌고, 그만큼 더 복잡한 생명체가 가능해졌습니다. 두 코드는 공진화해 온 것입니다.
진화의 완전한 이해를 향해
다윈은 자연선택을 발견했습니다. "무엇이 선택되는가"에 답했습니다. 환경에 더 잘 적응한 개체가 선택됩니다. 멘델과 분자생물학은 DNA를 발견했습니다. "무엇이 전달되는가"에 답했습니다. 유전 정보가 DNA 형태로 전달됩니다. 칼슘 실행코드는 "어떻게 실행되는가"에 답하려는 시도입니다. DNA에 담긴 정보가 어떻게 살아 있는 몸으로 번역되는가, 그 번역 과정의 핵심 매개체가 칼슘이라는 것입니다.
이 세 가지를 합치면 진화에 대한 보다 완전한 이해가 가능해집니다. 진화는 DNA 설계코드의 변이가 칼슘 실행코드에 의해 실행되어 표현형으로 나타나고, 그 표현형이 자연선택의 심판을 받아, 유리한 변이가 다음 세대로 전달되는 과정입니다. DNA 설계코드의 변이는 돌연변이와 재조합에 의해 일어나고, 칼슘 실행코드의 실행은 발생과 발달 과정에서 일어나며, 자연선택은 그 결과물인 개체가 환경과 상호작용하는 과정에서 일어납니다.
제1장에서 제4장까지 살펴본 진화의 네 관문도 이 관점에서 다시 볼 수 있습니다. 최초의 세포가 세포 안팎으로 만 배의 칼슘 농도 차이를 만들어 신호 시스템의 기반을 마련한 것, 캄브리아기에 동물들이 칼슘 기반의 껍질과 뼈를 만들어 새로운 형태와 생태적 지위를 개척한 것, 육지로 올라온 생명이 칼슘이 부족한 환경에서 뼈를 유지하기 위해 PTH-비타민D 시스템을 진화시킨 것, 고등한 뇌가 발달하면서 칼슘 기반의 시냅스 전달이 더욱 정교해진 것, 이 모든 전환점은 칼슘을 다루는 새로운 방식의 진화였습니다. 진화의 역사는 DNA 서열의 변화사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칼슘 활용 능력의 발전사이기도 합니다.
생명 주기의 통합
앞서 제5장에서 우리는 생명 주기를 탄생, 성장, 번식, 쇠퇴, 사망, 환원의 여섯 단계로 나누어 살펴보았습니다. 칼슘 실행코드의 관점에서 이 여섯 단계를 다시 보면, 칼슘이 모든 단계를 관통하고 있다는 사실이 더욱 분명해집니다.
탄생 단계에서 칼슘 파동이 수정란을 깨웁니다. 성장 단계에서 칼슘 신호가 세포 분열과 분화를 조절하고, 칼슘이 재료가 되어 뼈를 세웁니다. 번식 단계에서 칼슘 신호가 생식세포의 성숙과 수정을 조절합니다. 쇠퇴 단계에서 DIAH 조건이 뼈에서 칼슘을 동원하고, 동원된 칼슘이 7M 경로를 통해 노화와 질병을 실행합니다. 사망 단계에서 칼슘 과부하가 세포 사멸을 촉발하고, 심장 박동이 멈춥니다. 환원 단계에서 유골의 칼슘이 토양과 바다로 돌아가 다음 생명의 재료가 됩니다.
DNA 설계코드는 이 모든 단계에서 "무엇이 가능한가"를 지정하지만, "지금 무엇을 할 것인가"를 결정하고 실행하는 것은 칼슘 실행코드입니다. DNA 설계코드가 생명의 대본이라면, 칼슘 실행코드는 그 대본을 무대 위에서 실현하는 배우이자 연출가입니다. 대본이 아무리 훌륭해도 공연이 없으면 연극이 아니듯, DNA가 아무리 완벽해도 칼슘의 실행이 없으면 생명이 아닙니다.
제1장에서 제4장까지 살펴본 진화의 네 관문을 다시 생각해 보면, 각 관문은 칼슘을 새로운 방식으로 활용하는 능력의 진화였습니다. 세포는 칼슘 농도 차이를 만들어 신호 시스템의 기반을 마련했고, 다세포 동물은 칼슘으로 껍질과 뼈를 만들어 구조를 얻었으며, 육상 생물은 칼슘 부족 환경에서 칼슘을 관리하는 호르몬 시스템을 진화시켰고, 고등한 뇌는 칼슘 기반의 시냅스 전달을 극도로 정교화하여 의식과 지능을 가능하게 했습니다. 진화는 칼슘을 더 잘 다루는 방향으로 진행되어 왔고, 그 능력이 곧 적응도의 핵심 요소였습니다.

결론: 다윈이 놓친 열쇠
다윈은 진화의 "왜"를 발견한 위대한 과학자였습니다. 그러나 그가 살았던 시대의 한계로, "어떻게"에 대해서는 답할 수 없었습니다. DNA의 발견은 "무엇이 전달되는가"를 밝혔지만, "전달된 정보가 어떻게 살아 있는 몸이 되는가"는 여전히 완전히 답해지지 않은 질문으로 남아 있습니다.
이 책이 제안하는 칼슘 실행코드는 그 빈자리를 채우려는 시도입니다. DNA가 생명의 설계코드라면, 칼슘은 생명의 실행코드입니다. DNA 설계코드가 "무엇을 만들 수 있는가"를 지정한다면, 칼슘 실행코드는 "언제, 어디서, 어떻게 만들 것인가"를 결정합니다. DNA 설계코드가 세대를 넘어 전달되는 진화의 기록이라면, 칼슘 실행코드는 순간순간 생성되어 생명을 실행하는 현재진행형의 언어입니다.
다윈이 자연선택을 발견하고, 왓슨과 크릭이 DNA를 발견했다면, 칼슘 실행코드는 그 사이의 연결고리를 제공합니다. 자연선택이 DNA의 변이를 선별하고, 선별된 DNA가 칼슘 실행코드에 의해 실행되어 표현형이 되고, 그 표현형이 다시 자연선택의 심판을 받습니다. 이 순환이 세대를 거듭하면서 생명은 진화해 왔고, 그 순환의 핵심에 칼슘이 있습니다.
다음 장에서는 이 발견이 역사적으로 어떤 위치에 있는지, 다윈의 진화론, DNA의 발견, 세균 이론, 뉴턴의 역학 등 과학사의 위대한 발견들과 비교하여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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