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다윈과 게놈지도가 놓친, 진화의 실체 칼슘』(윤종원) 제2장의 앞부분입니다. 본문·수치·인용은 원고 그대로입니다.
서론: 다윈의 미스터리
찰스 다윈은 1859년 "종의 기원"을 출판하면서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론을 세상에 내놓았습니다. 이 책은 생물학의 역사를 바꾸었고, 생명의 다양성을 설명하는 통합적 틀을 제공했으며, 오늘날까지도 생명과학의 중심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러나 다윈 자신도 인정한 것처럼, 그의 이론에는 설명하기 어려운 수수께끼가 하나 있었습니다.

캄브리아기 화석 기록이었습니다. 다윈은 이것을 "곤혹스러운 미스터리"라고 불렀습니다. 그의 이론에 따르면 진화는 점진적으로 일어나야 했습니다. 작은 변이가 세대를 거쳐 축적되면서 서서히 새로운 종이 출현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화석 기록은 전혀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5억 4천만 년 전, 지질학적으로 눈 깜짝할 사이에 거의 모든 동물 문이 갑자기 출현했다는 것입니다. 점진적 변화가 아니라 폭발적 출현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동물들에게는 한 가지 놀라운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모두 껍질과 골격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캄브리아기 이전, 에디아카라기라고 불리는 시대의 지구 바다는 연체동물들의 세계였습니다. 에디아카라 생물군이라고 불리는 이 생물들은 몸이 부드러웠습니다. 해파리처럼 물렁물렁하고, 해조류처럼 너울거리고, 바닥에 붙어 사는 이상한 형태의 생물들이었습니다. 이들은 화석으로 남기 어려웠고, 그래서 오랫동안 선캄브리아기는 "생명이 없던 시대"로 오해받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캄브리아기에 접어들자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삼엽충의 단단한 등껍질이 등장했습니다. 완족류의 두 장의 껍질이 나타났습니다. 산호의 칼슘 골격이 바다 밑을 덮기 시작했습니다. 생명의 역사에서 처음으로 동물들이 갑옷을 입기 시작한 것입니다. 부드러운 몸을 가진 생물들의 시대가 끝나고, 단단한 껍질을 두른 생물들의 시대가 열렸습니다. 이 갑옷의 재료가 무엇이었을까요? 대부분 탄산칼슘과 인산칼슘이었습니다. 캄브리아기 대폭발은 곧 칼슘 혁명이었습니다. 생명이 칼슘을 세포 안에서 관리하는 수준을 넘어, 칼슘을 세포 밖에 쌓아 구조물을 만들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 장에서는 이 칼슘 혁명이 어떻게 일어났는지, 왜 일어났는지, 그리고 그것이 이후 생명의 진화에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캄브리아기 대폭발: 진화사 최대의 수수께끼
캄브리아기 대폭발의 규모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먼저 시간의 스케일을 파악해야 합니다. 지구의 나이는 약 45억 년입니다. 태양계가 형성되고 지구가 뜨거운 용암 덩어리에서 식어가면서 바다가 생기고, 그 바다에서 최초의 생명체가 출현한 것은 약 38억 년 전입니다. 그러니까 생명은 지구 역사의 약 85퍼센트에 해당하는,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긴 시간 동안 존재해왔습니다. 그런데 이 긴 시간 동안 생명은 대부분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 상태로 머물렀습니다. 박테리아와 고세균이 바다를 지배했고, 육안으로 볼 수 있는 생물체는 거의 없었습니다. 다세포 생물이 출현한 것은 불과 6억에서 7억 년 전의 일입니다. 38억 년 생명 역사에서 다세포 생물이 존재한 기간은 20퍼센트도 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복잡한 동물이 폭발적으로 다양화한 것은 5억 4천만 년 전, 캄브리아기였습니다.
더 놀라운 것은 이 폭발이 일어난 기간입니다. 여러 지질학 연구기관에서 지층의 연대를 정밀하게 측정한 결과에 따르면, 주요 동물 문 대부분이 대략 2천만 년에서 3천만 년 사이의 짧은 기간에 집중적으로 출현했습니다. 2천만 년이라는 시간이 짧게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인류가 출현한 것이 불과 수백만 년 전이고, 문명이 시작된 것이 1만 년 전이니까요. 그러나 38억 년이라는 생명의 전체 역사에서 2천만 년은 1퍼센트도 되지 않습니다. 비유하자면, 1년 365일 중에서 3일 남짓한 기간입니다. 1년 내내 거의 변화가 없다가, 3일 만에 모든 것이 바뀐 것입니다. 이 짧은 순간에 오늘날 존재하는 거의 모든 동물의 기본 설계도가 등장했습니다. 절지동물문, 연체동물문, 환형동물문, 척삭동물문, 극피동물문. 오늘날 동물계에 존재하는 약 30개의 문 중 거의 대부분이 이때 출현했습니다. 그리고 그 이후 5억 년 동안 새로운 문이 출현한 적은 거의 없습니다. 캄브리아기 대폭발은 동물 체제의 모든 기본 설계도가 한꺼번에 쏟아져 나온 사건이었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중요한 구분을 해야 합니다. 캄브리아기 대폭발에서 폭발한 것은 종의 수가 아닙니다. 문, 강, 목 수준의 체제, 즉 생물의 기본적인 몸 구조 설계도가 폭발적으로 다양화한 것입니다. 종은 그 이후에도 계속 생겨나고 멸종해왔습니다. 공룡이 출현하고 멸종했고, 포유류가 다양화했고, 인류가 등장했습니다. 그러나 이 모든 변화는 캄브리아기에 확립된 기본 체제 안에서 일어난 변주에 불과합니다. 우리 인간은 척삭동물문에 속하는데, 척삭동물문의 기본 설계도는 캄브리아기에 이미 확립되었습니다. 등을 따라 척삭이라는 지지 구조가 있고, 그 위에 신경관이 있고, 아가미 구멍이 있는 구조. 5억 년 전 바다에서 헤엄치던 우리 조상도 이 기본 구조를 가지고 있었고, 오늘날 우리도 같은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척추는 척삭에서 진화했고, 뇌는 신경관 앞부분이 커진 것이고, 턱은 아가미 구멍을 지지하던 뼈가 변형된 것입니다. 캄브리아기 대폭발은 진화가 실험할 수 있는 기본 체제의 카탈로그를 만들어낸 사건이었습니다.
캄브리아기 대폭발의 가장 눈에 띄는 특징 중 하나는 껍질과 골격의 갑작스러운 출현입니다. 에디아카라기의 생물들은 대부분 몸이 부드러웠습니다. 화석으로 남으려면 단단한 부분이 있어야 하는데, 이들은 단단한 부분이 없었기 때문에 예외적으로 좋은 조건에서만, 예를 들어 미세한 퇴적물이 빠르게 덮여서 형태가 찍힌 경우에만 화석화가 일어났습니다. 그래서 에디아카라 생물군의 화석은 세계에서 몇 군데 특별한 장소에서만 발견됩니다. 그런데 캄브리아기에 들어서자 화석 기록이 폭발적으로 증가합니다. 전 세계 어디서나 캄브리아기 지층에서는 화석이 발견됩니다. 왜일까요? 동물들이 단단한 껍질과 골격을 갖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단단한 껍질은 화석으로 남기 쉽습니다. 동물이 죽으면 살은 썩어 없어지지만, 껍질은 남습니다. 그 껍질이 퇴적물에 묻히고, 광물로 치환되면 화석이 됩니다. 캄브리아기 화석 기록의 폭발적 증가는 실제로 동물 다양성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과, 껍질의 출현으로 화석화가 용이해진 것이 결합된 결과입니다.
캄브리아기 화석 기록을 자세히 살펴보면, 다양한 광물로 만들어진 골격이 등장합니다. 탄산칼슘으로 만든 껍질, 인산칼슘으로 만든 껍질, 실리카로 만든 골격, 키틴으로 만든 외골격. 그러나 이 중에서도 압도적으로 많은 것이 칼슘 기반 광물이었습니다. 삼엽충의 단단한 등껍질은 탄산칼슘입니다. 완족류의 두 장의 껍질도 탄산칼슘입니다. 극피동물, 즉 성게와 불가사리의 조상들의 골격도 탄산칼슘입니다. 산호의 골격도 탄산칼슘입니다. 척추동물의 조상들은 인산칼슘으로 뼈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캄브리아기 대폭발은 칼슘을 이용한 생체광물화의 혁명이었습니다. 생명이 칼슘을 새로운 방식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런데 껍질을 만들려면 칼슘만 있어서는 안 됩니다. 칼슘을 붙잡아두고 원하는 형태로 성형할 수 있는 생체 그물, 즉 콜라겐 같은 단백질 기질이 필요합니다. 콜라겐은 아미노산 사슬이 세 가닥으로 꼬인 삼중 나선 구조를 가지는데, 이 구조를 만들려면 프롤린과 라이신이라는 아미노산에 수산기를 붙이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이 반응을 촉매하는 효소는 산소를 필요로 합니다. 캄브리아기에는 칼슘 농도뿐만 아니라 대기와 해양의 산소 농도도 급증했습니다. 여러 지구화학 연구기관에 따르면, 에디아카라기 말기에서 캄브리아기 초기 사이에 대기 산소 농도가 현재 수준의 10퍼센트 이하에서 현재 수준에 가깝게 상승했다고 합니다. 이는 칼슘을 붙잡아둘 생체 그물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는 뜻입니다. 칼슘과 산소, 두 조건이 동시에 갖춰진 것입니다.
칼슘은 어디서 왔는가: 해양 화학의 변화
캄브리아기에 동물들이 갑자기 껍질을 만들기 시작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당시 바다의 화학 조성이 어떻게 변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2012년, 위스콘신대학교 매디슨 캠퍼스의 지질학자 션 피터스와 포모나칼리지의 로버트 게인스는 학술지 네이처에 흥미로운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캄브리아기 대폭발의 방아쇠가 "대부정합"이라는 지질학적 현상과 관련이 있다는 주장이었습니다. 대부정합이란 무엇일까요? 이 현상은 1869년 탐험가이자 지질학자인 존 웨슬리 파월이 그랜드캐니언을 탐험하면서 처음 명명했습니다. 그랜드캐니언의 절벽을 보면, 아래쪽에는 수십억 년 된 오래된 기반암이 있고, 그 위에 5억 년 된 젊은 퇴적암이 직접 놓여 있습니다. 그 사이에 있어야 할 수십억 년 동안의 암석 기록이 사라진 것입니다. 마치 책에서 중간 챕터 수십 개가 찢어져 나간 것과 같습니다. 이 불연속면이 대부정합입니다. 그리고 이 대부정합은 그랜드캐니언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전 세계 여러 곳에서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현상이 관찰됩니다.
피터스와 게인스는 이 대부정합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엄청난 양의 이온이 바다로 유입되었다고 주장했습니다. 대부정합이 형성되려면 오래된 기반암이 지표에 노출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노출된 암석은 풍화됩니다.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불고, 온도가 오르내리면서 암석이 부서지고 녹습니다. 암석에 들어 있던 광물들이 물에 녹아 강으로, 강에서 바다로 흘러갑니다. 피터스와 게인스의 계산에 따르면, 대부정합이 형성되는 동안 칼슘, 철, 칼륨, 마그네슘, 실리카 같은 이온들이 대량으로 바닷물에 녹아들었습니다. 특히 칼슘의 유입이 두드러졌습니다. 피터스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대부정합이 형성되던 시기에 대륙에서 바다로 흘러들어간 이온의 양은 엄청났습니다. 이것이 해양 화학을 근본적으로 바꾸었고, 생물들에게 새로운 기회와 도전을 동시에 제공했습니다."
피터스와 게인스의 가설은 그 이전에 발표된 다른 연구들과 일관된 그림을 보여주었습니다. 2001년, 빙햄턴대학교의 지구화학자 팀 로웬스타인과 그의 연구팀은 고대 암염에 갇힌 유체 포유물을 분석하여 과거 해양의 화학 조성을 복원하는 연구를 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했습니다. 암염은 바닷물이 증발하면서 형성되는 광물인데, 암염 결정이 형성될 때 그 안에 작은 물방울이 갇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물방울, 즉 유체 포유물은 그 암염이 형성될 당시 바닷물의 조성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습니다. 타임캡슐과 같습니다. 로웬스타인 연구팀은 서로 다른 시대의 암염에서 유체 포유물을 추출하여 그 화학 조성을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에디아카라기 말기, 약 5억 4천4백만 년 전에 해양의 마그네슘 대 칼슘 비율은 대략 4 안팎이었습니다. 그런데 캄브리아기 초기, 약 5억 1천5백만 년 전에는 이 비율이 1 수준으로 낮아졌습니다. 마그네슘 대 칼슘 비율이 4에서 1로 낮아졌다는 것은 상대적으로 칼슘 농도가 크게 높아진 "칼슘 풍부한 바다" 환경이 되었다는 것을 시사합니다. 구체적인 절대 농도와 변화 폭은 연구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캄브리아기 초기에 칼슘 이용이 쉬운 해양 화학 환경이었다는 점에는 비교적 일관된 합의가 있습니다.
여기서 마그네슘의 역할을 이해해야 합니다. 마그네슘은 칼슘 결정화를 방해하는 "방해꾼"입니다. 탄산칼슘이 결정으로 침전되려면 칼슘 이온과 탄산 이온이 규칙적으로 배열되어야 하는데, 마그네슘 이온이 많으면 마그네슘이 칼슘 자리에 끼어들어 결정 성장을 방해합니다. 마그네슘은 칼슘보다 이온 반경이 작아서 결정 격자에 완벽하게 맞지 않고, 그래서 결정에 결함을 만들어 성장을 더디게 합니다. 마그네슘 대 칼슘 비율이 높으면, 생물이 탄산칼슘 껍질을 만들기가 어렵습니다. 반대로 이 비율이 낮아지면, 칼슘이 결정으로 굳기가 훨씬 쉬워집니다. 캄브리아기 초기에 마그네슘 대 칼슘 비율이 낮아졌다는 것은 단순히 칼슘이 많아진 것을 넘어서 "칼슘이 뼈로 굳기에 저항이 없는 바다"가 되었다는 뜻입니다. 로웬스타인은 논문에서 이렇게 썼습니다. "캄브리아기 대폭발이 일어난 시기에 해양의 칼슘 농도가 크게 상승했습니다. 칼슘 농도의 상승이 껍질을 가진 생물의 기원을 자극했을 수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역설이자 생명의 위대한 지혜가 등장합니다. 제1장에서 우리는 세포가 칼슘을 철저하게 배제한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세포질 칼슘 농도가 높아지면 ATP가 침전되고, 단백질이 응집하고, 세포막이 파괴되어 세포는 죽습니다. 칼슘은 세포에게 독입니다. 그런데 캄브리아기에 해양의 칼슘 농도가 급증했습니다. 생물체들에게 이것은 축복이 아니라 거대한 독성 물질의 공습이었습니다. 바닷물에서 세포 안으로 밀려들어오려는 칼슘의 압력이 더 강해진 것입니다. 세포는 칼슘을 퍼내기 위해 더 많은 에너지를 소비해야 했고, 그래도 칼슘이 침투해 들어오는 것을 완전히 막기는 어려웠을 것입니다. 피터스는 이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몸은 이온들의 균형을 유지해야 합니다. 어떤 이온이 너무 많으면 그것을 제거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제거하는 한 가지 방법이 광물을 만드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생체광물화는 처음에는 어떤 목적을 위해 진화한 것이 아니라 칼슘 과잉이라는 환경적 도전에 대한 반응으로 시작되었을 수 있습니다. 세포 안으로 들어온 칼슘을 어떻게든 처리해야 했습니다. 퍼내는 것도 한계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세포 밖으로 밀어내면서 고체로 굳혀버린 것입니다. 최초의 껍질은 적을 막기 위한 방패로 진화한 것이 아니라, 살기 위해 세포 밖으로 밀어낸 칼슘 덩어리에 가까웠습니다. 이것이 바로 진화생물학에서 말하는 전용, 영어로 엑잽테이션입니다. 원래 A라는 목적으로 진화한 형질이 나중에 B라는 목적에 사용되는 현상입니다. 해독을 위해 시작된 칼슘 배출 시스템이, 우연히 단단한 보호막이 되어 포식자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혁신적인 무기로 뒤바뀐 것입니다. 독을 버리려다가 갑옷을 얻은 것입니다. 생명은 태초부터 칼슘 과잉을 독으로 규정하고 이를 격리하는 기술을 익혔습니다. 5억 년 전에는 그것이 진화적 도약의 발판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현대인의 몸속에서 통제되지 않은 칼슘 격리는 혈관 석회화라는 병이 됩니다. 과거의 성공 방정식이 현대에는 질병의 원인이 되는 이 아이러니, 이것이 바로 우리가 칼슘을 다시 배워야 하는 이유입니다.
최초의 껍질 생물: 클라우디나
캄브리아기 대폭발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직전, 에디아카라기 말기에 이미 껍질을 가진 생물이 몇 종류 출현했습니다. 이들은 캄브리아기 폭발의 전주곡을 연주한 선구자들이었습니다. 그중에서 가장 유명하고 가장 널리 연구된 것이 클라우디나입니다. 클라우디나는 1972년 나미비아에서 처음 발견되었고, 발견 장소인 클라우드 농장의 이름을 따서 명명되었습니다. 클라우디나 화석은 깔때기 모양의 작은 구조물이 겹겹이 쌓인 관 형태를 하고 있습니다. 마치 여러 개의 종이컵을 겹쳐 쌓아놓은 것처럼 보입니다. 개별 구조물의 크기는 수 밀리미터에 불과하지만, 이것들이 연결되어 수 센티미터 길이의 관을 형성합니다. 이 관 안에 어떤 동물이 살았는지는 확실하지 않습니다. 아마도 촉수를 가진 작은 동물이 관 속에 숨어 살면서 촉수를 내밀어 먹이를 잡았을 것으로 추측됩니다. 클라우디나 화석은 나미비아에서 처음 발견된 이후 오만, 중국, 시베리아, 멕시코, 브라질, 스페인, 캐나다 등 전 세계에서 발견되었습니다. 지리적으로 이렇게 광범위하게 분포한다는 것은 당시 이 생물이 상당히 성공적이었음을 보여줍니다. 시간적으로는 주로 에디아카라기 말기, 약 5억 5천만 년 전부터 5억 4천만 년 전 사이에 집중되어 나타나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초기 캄브리아기까지 생존했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클라우디나의 껍질은 탄산칼슘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여러 고생물학 연구기관에서 클라우디나 화석의 광물 조성을 분석한 결과, 원래 광물은 아라고나이트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아라고나이트는 탄산칼슘의 한 형태로, 화학식은 칼사이트와 같은 CaCO₃이지만 결정 구조가 다릅니다. 아라고나이트는 사방정계 구조를 가지고 칼사이트는 삼방정계 구조를 가집니다. 아라고나이트는 칼사이트보다 불안정해서 시간이 지나면 칼사이트로 전환되는 경향이 있는데, 5억 년이 넘는 세월 동안 대부분의 클라우디나 화석은 칼사이트로 바뀌었습니다. 그러나 일부 예외적으로 잘 보존된 표본에서 원래 아라고나이트였다는 증거가 발견됩니다. 아라고나이트는 오늘날 산호와 조개의 껍질에서도 흔히 발견되는 광물입니다. 클라우디나가 아라고나이트를 사용했다는 것은, 오늘날의 해양 무척추동물들이 사용하는 것과 같은 종류의 광물을 5억 년 전에도 이미 사용하고 있었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이 있습니다. 클라우디나의 광물화 방식은 후기 캄브리아기 동물들에 비해 구조적으로 단순하고 제어력이 덜 정교한 형태였습니다. 캘리포니아대학교 산타바바라 캠퍼스의 고생물학자 수사나 포터 교수는 클라우디나와 캄브리아기 동물들의 껍질을 비교 연구한 결과를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클라우디나 같은 초기 생체광물화 생물들은 껍질을 만드는 과정을 그다지 잘 제어하지 못했습니다. 껍질의 두께가 일정하지 않고, 결정의 배열도 불규칙합니다. 그러나 캄브리아기에 이르면 탄산염 광물화 생물들이 복잡하고 정교한 껍질을 갖게 됩니다. 껍질에 대한 제어력이 훨씬 커진 것입니다. 층층이 쌓인 미세 구조, 정교하게 배열된 결정, 필요한 곳에만 정확히 침착된 광물. 이것은 수천만 년 동안 생체광물화 기술이 진화했음을 보여줍니다."
클라우디나 화석을 고해상도 전자현미경으로 분석한 최근 연구에 따르면, 이 생물은 입자부착결정화라는 방법으로 껍질을 만들었습니다. 이것은 바닷물에서 칼슘 이온과 탄산 이온을 하나씩 가져와 결정 격자에 쌓아올리는 것이 아니라, 먼저 비정질, 즉 규칙적인 결정 구조가 없는 탄산칼슘 나노입자를 만든 다음 이 나노입자들을 모아 결정으로 전환하는 방식입니다. 이 방법의 장점은 무엇일까요? 비정질 나노입자는 세포 안에서 만들어 세포 밖으로 분비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나노입자를 원하는 위치에 운반한 다음 그곳에서 결정화시킬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 결정이 어디에서, 어떤 형태로 성장할지를 어느 정도 제어할 수 있습니다. 놀랍게도 이 방식은 오늘날 성게, 연체동물, 산호 등 다양한 동물들이 사용하는 것과 같습니다. 서로 계통발생학적으로 관계가 먼 여러 동물 문에서 독립적으로 같은 방법을 선택했다는 것은 이 방법이 생체광물화에 있어서 어떤 근본적인 이점을 가지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클라우디나 화석에서 또 한 가지 중요한 발견이 있었습니다. 껍질에 뚫린 구멍입니다. 브라질의 탐멩구 층에서 발견된 클라우디나 화석 중 일부는 껍질에 작은 구멍이 나 있습니다. 구멍의 가장자리는 깔끔하게 뚫려 있어서, 자연적인 풍화나 손상이 아니라 무언가가 의도적으로 뚫은 것처럼 보입니다. 연구자들은 이 구멍이 포식자에 의한 것이라고 해석합니다. 어떤 동물이 클라우디나의 껍질을 뚫고 그 안에 있는 연한 몸을 먹었다는 증거입니다. 오늘날 달팽이가 조개껍질에 구멍을 뚫고 내용물을 먹는 것과 비슷한 행동이 5억 년 전에도 있었던 것입니다. 이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껍질의 진화가 포식압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포식자가 등장하자 피식자는 방어를 위해 껍질을 진화시켰습니다. 그리고 포식자는 껍질을 뚫는 능력을 진화시켰습니다. 피식자는 더 두꺼운 껍질을, 포식자는 더 강한 이빨이나 더 효과적인 구멍 뚫기 기술을 진화시키는 악순환, 혹은 진화의 관점에서 보면 상호 자극에 의한 발전이 시작된 것입니다. 이른바 군비경쟁이 시작된 것이고, 이 군비경쟁이 캄브리아기 대폭발의 한 원인이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